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7.19 14:05

이통3사, LTE에 비해 5G 망 도매대가 비싸게 제공…싼 요금에 쓰고 싶어도 대안 없어

통신 판매점에서 고객이 알뜰폰 가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br>
통신 판매점에서 고객이 알뜰폰 가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알뜰폰이 생존 기로에 섰다. 지난해부터 가입자 수가 꾸준히 줄면서 점유율 10% 선 마저 위협받고 있다. 지난 2011년 도입된 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줄곧 하락세다. 

알뜰폰의 몰락은 곧 소비자의 피해로 직결된다. 알뜰폰은 이통 3사와 경쟁을 활성화해 기존 독과점 제도를 깨고, 소비자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자 도입됐다. 알뜰폰이 시장에서 제 역할을 못 한다면, 독점적 지위의 이통 3사를 견제할 수단이 사라진다. 

◆알뜰폰, 11개월 연속 가입자 수 감소

알뜰폰은 이동통신망을 가지지 못한 사업자가 이통사들의 통신망을 빌려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서비스다. 정부의 대국민 통신비 절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행됐다. 이통사의 망을 사용하기에 통화 품질은 같지만, 통신망 구축·유지 비용이 없기에 통신비도 20~50%가량 저렴하다. 현재 약 40개에 달하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런 알뜰폰이 최근 휘청이는 중이다. 가입자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알뜰폰 가입자는 734만 9261명이다.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10.58%에 불과하다.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809만 5673명의 가입자가 있었지만, 이후 11개월 연속 가입자가 감소했다.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은 연내 1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기정통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015년 말 알뜰폰이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하자 "알뜰폰이 활성화된 해외 주요국들의 시장 점유율도 10% 정도"라며 "알뜰폰이 이동전화 시장에서 자력으로 생존하고, 보다 내실 있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바꿔 말하면, 점유율 10%가 붕괴될 경우 알뜰폰의 자력 생존에 적신호가 켜진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5G 시대 맞아 더 이상 알뜰하지 않아

최근 알뜰폰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5G 대응 실패'가 꼽힌다. 지난 5월 기준 전체 5G 가입자는 700만명에 육박하지만, 알뜰폰 5G 가입자는 고작 1304명뿐이다. 5G 가입자의 0.018%만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다. 

알뜰폰이 5G 시장에서 안 먹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름은 알뜰폰인데, 알뜰하지 않다. 알뜰폰의 강점인 '저렴한 요금제'가 5G에선 불가능하다. 

비싸게 형성된 5G 망 도매대가가 이유다. 망 도매대가란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업체들에게 통신망을 빌려줄 때 받는 요금이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통사 요금 기준 66~75% 수준의 5G 망 도매대가를 이통사에 지불해야 한다. 데이터 10GB 미만을 제공하는 요금제의 경우 66% 수준, 그 이상의 고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는 75% 수준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알뜰폰 사업자들의 5G 요금제는 데이터 10GB 이하일 경우 3~4만원대, 그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할 경우 6만원대 초중반 선에 형성됐다. 

같은 수준의 이통 3사 요금제와 비교하면 1~2만원 정도 저렴하지만, 대부분 알뜰폰 사업자는 '선택약정할인' 제도를 운용하지 않는다. 이통 3사 선택약정할인으로 월 요금의 25%를 할인받으면 양측의 가격 차이는 크게 줄어든다. 데이터 고용량 요금제로 갈수록 간극은 더욱 좁혀진다. 

대체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5G 이용자들은 굳이 알뜰폰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알뜰폰은 통신사 멤버십, 결합할인 등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하고 싶어도 대안이 없는 셈이다. 

100만원이 넘는 5G 단말 가격도 문제다. 알뜰폰 요금제를 이용하려면 이통사의 보조금이나 약정할인 없이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데, 가격이 만만찮다. 여러모로 고객을 끌어들일 유인책이 부족한 상황이다. 

◆알뜰폰 업계 "5G 망 도매대가 낮춰달라"

알뜰폰 업계는 한목소리로 5G 망 도매대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통 3사는 '단기간에 망 도매대가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제 막 첫돌을 지난 5G에 투자해야 할 금액이 적잖기 때문이다. 5G 활성화를 주창하는 정부도 마냥 알뜰폰 업계의 손을 들어주긴 힘든 눈치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5G 망 도매대가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LTE의 경우 40% 수준의 망 도매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5G 망 도매대가 수준도 최소한 50% 수준으로 낮춰야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더 다양한 5G 요금제를 알뜰폰에 개방했으면 한다"며 "5G 요금제를 종류별로 다 개방해 알뜰폰 요금제의 폭을 넓히는 것도 알뜰폰 활성화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현재 이통 3사는 저가요금제 1개, 고가요금제 1개씩 알뜰폰 사업자에 도매로 제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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