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7.19 10:29
로버트 에이브럼스(앞줄 가운데)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23일 최병혁(오른쪽) 연합사 부사령관,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 등과 함께 한국군 제5포병여단 포사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 페이스북)
로버트 에이브럼스(앞줄 가운데) 주한미군사령관이 2019년 10월 최병혁(오른쪽) 연합사 부사령관,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 등과 함께 한국군 제5포병여단 포사격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주한미군 페이스북)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 감축 방안을 백악관에 제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직후 미국에서 의회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 미국의 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 의회는 행정부가 주한미군을 마음대로 줄이지 못하도록 입법까지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할 경우 막을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한미군 감축 반대론은 공화당에서도 나올 정도다. 공화당 소속 벤 새스 상원의원은 WSJ 보도와 관련해 즉각 성명을 내고 "이런 종류의 전략적 무능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수준으로 취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 복리후생으로 미사일 시스템을 갖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우리는 미국인 보호를 위해 거기에 병력과 군수품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 마크 그린 하원의원도 트위터에 "나는 대통령에게 동의하지 않은 적이 거의 없지만 우리는 중국과 맞서는 데 있어 한국의 파트너십에 감사해야 한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썼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 애덤 스미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우리는 미국이 세계 평화와 안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한국)에 있는 것"이라며 "북한의 전쟁 도발 억지를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같은 반응이 나오는 건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북한의 도발을 막아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도 현 수준의 주한미군 유지가 필요하다는 초당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의회는 지난해 주한미군을 현 수준인 2만8,500명 미만으로 줄이는 데 필요한 예산을 행정부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긴 '2020 국방수권법(NDAA)'을 처리하고 대통령 서명까지 받았다. 미 의회는 '2021 NDAA'에도 같은 내용을 담아 처리하는 방안을 현재 논의 중이다.

다만 NDAA가 감축 자체를 아예 금지한 건 아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다면 강제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다. 현행 NDAA는 감축이 미 국가안보 이익에 맞고 그 지역의 동맹 안보를 중대하게 침해하지 않을 것, 한국·일본을 포함한 동맹과 적절히 협의할 것 등 두 가지 조건을 국방부 장관이 증명하면 감축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한편,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해 독일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병력을 철수하라고 국방부를 압박한다는 이야기를 두어달 전에 들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이날자 신문 12면에 실린 ‘트럼프의 한국 철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주한미군 감축 옵션을 제시했다는 전날 보도와 관련해 이같이 보도했다.

당시 WSJ은 이런 소문을 듣자마자 전화 취재한 결과 ‘아프가니스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국과 독일 등 나머지 두 나라는 선거가 치러지는 올해에는 ‘안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3만 4500명의 주독미군 중 9500명의 철수를 명령했고, 이제 주한 미군에서 같은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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