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20 11:44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제공=법무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제공=법무부)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연이어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추 장관은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부동산이 투전판처럼 돌아가는데 법무부 장관이 침묵한다면 도리어 직무유기"라며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 '금부분리' 첫 제안…"한국경제는 금융이 부동산 지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처음으로 올린 부동산 대책 관련 SNS 글. (사진=추미애 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8일 처음으로 올린 부동산 대책 관련 SNS 글. (사진=추미애 페이스북 캡처)

추 장관은 지난 18일부터 자신의 SNS에 부동산 대책에 대한 입장을 밝혀오고 있다. 그는 18일 "당국자나 의원의 말 한마디로 서울 집값이 잡히는 게 아닌 줄 모두가 안다. 근본원인은 금융과 부동산이 한몸이기 때문"이라며 "이것을 문재인 정부라고 갑자기 바꿀 수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정부 시절을 언급했다. 추 장관은 "박정희 개발독재시대 이래로 서울 한강변과 강남 택지 개발을 하면서 부패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장사를 하고 금융권을 끌어들였다"며 "금융권이 기업의 가치보다 부동산에 의존해 대출했고, 그러면서 금융과 부동산은 뗄레야(떼려야) 뗄 수 없는 기형적 경제체제를 만들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경제는 금융이 부동산을 지배하는 경제다. 한 국가에 한정된 자원인 땅에 더이상 돈이 몰리게 해서는 국가의 비전도 경쟁력도 다 놓친다"며 "이제부터라도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기 위해 금융과 부동산을 분리하는 '금부분리 정책'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금부분리, 참으로 희한한 듣보잡 이론" vs "국무위원으로서 의견 표명"

추 장관의 이러한 첫 발언 이후 국토교통부 소관인 부동산 정책을 왜 법무부 장관이 언급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금부분리? 참으로 희한한 듣보잡 이론이다. 아주 시장경제를 하지 말자고 해라"고 비난했으며,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직을 내려놓고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러한 비판에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도 국무위원으로 국가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며 짧게 반박했으나, 비판은 여전히 이어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국무위원으로서 발언은 제발 국무회의에 가서 하라. 이 정권은 국무회의를 페북으로 하냐"며 "부동산 문제가 출마용 이슈에 불과한가"라고 질타했다.

◆추 장관 "부동산 가격 내리기 실패는 돈 탓" 반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올린 부동산 대책 관련 SNS 글. (사진=추미애 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9일 올린 부동산 대책 관련 SNS 글 일부. (사진=추미애 페이스북 캡처)

비판이 이어지자 추 장관은 19일 자신의 SNS에 새로운 글을 올렸다. 그는 "제가 제안한 '금부분리'는 당연히 경제학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아니다. 제가 처음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경제이론가는 아니니 준비된 완벽한 이론을 꺼낼 수는 없으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추 장관은 '부력의 원리'를 언급하며 자신이 제안한 금부분리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욕조 물에 소금을 넣고 아기 몸을 담그려 한다. 아기 몸은 진한 소금물에 담기지 못하고 뜰 뿐인데 소금을 자꾸 집어넣는다"며 "아기 목욕시키기 실패는 아기 탓이 아니라 소금 탓"이라고 단언했다.

부동산 가격을 낮추려고 해도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 엄청난 돈을 생각지 않고 자꾸 그 시장에 돈을 집어넣는 정책을 쓴다면 부동산 가격 내리기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추 장관은 "부동산 가격 내리기 실패는 돈 탓인데 말실수 탓이라고 정치 공격만 한다"고 했다.

◆추 장관 "'듣보잡' 금부분리가 실제 상황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올린 부동산 대책 관련 SNS 글. (사진=추미애 페이스북 캡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올린 부동산 대책 관련 SNS 글. (사진=추미애 페이스북 캡처)

추 장관은 20일까지 사흘 연속 SNS 글을 올리며 금부분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저의 '금부분리 제안'을 듣보잡이라고 비판한다. 그런데 벌써 하룻밤 사이 듣보잡이 실제 상황이 됐다"고 얘기했다.

추 장관이 언급한 '실제 상황'은 최근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한 사모펀드가 지난달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삼성월드타워' 1개 동 46채 전체를 400억 원가량에 사들인 것이다.

이 매입에 대해서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사모펀드를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기 위한 우회로로 활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부동산 직접 투자 때 물어야 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나 중과세 등에서 자유롭고, 종합부동산세가 면제되는 등 각종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강남 한복판에서 금융과 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나고야 말았다"며 "금융과 부동산 분리를 지금 한다 해도 한발 늦는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의원님들, 자본시장법상의 사모펀드 투자대상에 주거용 아파트를 규제해야 하지 않겠나. 집값 올리기 대열에 서서 집값 못 내린다고 비웃는 건 아니기를 진심 바란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한 나라의 통화 가치를 금·달러에 연동하는 것은 들어본 상식이다. 금본위제·은본위제·달러 연동제는 들어봤어도 부동산 본위제는 듣도보도 못한 비상식적인 것"이라며 "부동산에 은행대출을 연계하는 기이한 현상을 방치하면 안되는 것은 자산가치가 폭락하는 순간 금융 위기가 올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이 투전판처럼 돌아가는 경제를 보고 도박 광풍에 법무부 장관이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듯 침묵한다면 도리어 직무유기가 아닌가"라며 자신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재차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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