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23 10:22
국민청원 청원인 A씨가 유튜브에 올린 사고 당시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사고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인이 유튜브에 올린 사고 당시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질 테니 사고부터 처리해라"며 구급차를 막아 세워 응급환자 이송을 지연시킨 택시기사에게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고의 고의성이 보인다는 이유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22일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해 국민적 공분을 산 택시기사 최모 씨(31)에게 특수폭행(고의사고)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에 블랙박스 영상 분석을 의뢰하는 동시에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수사를 벌여왔다. 사고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자 경찰은 교통사고조사팀과 교통범죄수사팀에 더해 형사과 강력팀까지 추가 투입해 고강도 수사를 진행해왔으며, 지난 5일엔 최 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며 "택시가 고의로 양보 운전을 하지 않아 접촉사고를 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지난달 8일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구급차와 접촉사고를 냈다. 사고 당시 구급차 기사는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최 씨는 "사건 처리를 먼저 하고 가야 한다"며 환자 이송을 방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차 기사가 "가벼운 접촉사고이니 응급환자가 위독한 상황이어서 병원에 빨리 모셔다드리고 얘기하자"고 재차 요구하자 최 씨는 반말로 "지금 사고 난 거 처리가 먼저인데 어딜 가냐. 환자는 내가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면 된다"며 이를 무시했다.

또 최 씨는 "블랙박스에 다 찍혔으니 나중에 확인을 하면 되지 않냐"는 환자 보호자의 호소에도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을 질 테니 (교통사고) 처리부터 하라. 119 부르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주장하며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사이렌 켜고 빨리 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응급차 뒷문을 열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해당 구급차에 타고 있던 환자는 실랑이 끝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병원으로 이송된 지 약 5시간 만에 숨졌다.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며 게시된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며 게시된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 사건은 지난 3일 사망 환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청원과 함께 사고 당시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해당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고, 23일 오전 10시 기준 72만 명에 달하는 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한편 최 씨는 택시회사에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이번 사고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5월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택시회사에 입사했으며, 입사 24일 만인 6월 8일 사고를 내 2주 뒤인 6월 22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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