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23 17:47
충남 태안 신진도 고가에서 발견된 한시 '황맥타양출가가'. (사진제공=문화재청)
충남 태안 신진도 고가에서 발견된 한시 '황맥타양출가가'. (사진제공=문화재청)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충남 태안 인근 신진도에서 지난 6월 '수군 군적부'가 발견된 이후 조선 수군 관련 고문헌들이 추가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6월 태안 신진도 고가(古家)에서 조선 수군의 명단이 적힌 수군 군적부(軍籍簿, 군역의 의무가 있는 장정 명단과 특징을 기록한 공적 문서)와 한시(漢詩)를 발견한 이후 수거된 벽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수군진촌(水軍鎭村)의 역사와 서정을 느낄 수 있는 다수의 한시 등을 추가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

태안 신진도 고가는 1843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고가에 거주했던 후손 최인복 씨의 증언에 의하면 260평의 대지에 방 5칸, 광 6칸, 부엌 3칸, 소 외양간 1칸, 말 우리 등을 갖추고 있다.

연구소 측은 광 6칸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 고가가 안흥진 수군을 관리했던 '관가'(官家) 건물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충남 태안 신진도 고가에서 발견된 한시 '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 (사진제공=문화재청)
충남 태안 신진도 고가에서 발견된 한시 '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 (사진제공=문화재청)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한시 '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 새로 짓고 잔치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선비들이 모였다)를 통해서 1843년 7월 16일 태안 신진도 안흥진 수군의 관가로 사용될 집을 짓고 다음 해 안흥진 첨사(安興鎭 僉使, 안흥진 수군을 관리·통솔하던 종3품 벼슬) 조진달의 재임 기간인 1844년에 잔치를 베풀어 사방의 손님을 맞이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한시의 제목은 '黃麥打麥羊 出家家'(황맥타양출가가: 집집마다 찰보리를 타작하여 거두어 가다)이다. 이 한시의 내용 중 '군포를 내라는 조칙이 있는데도 갑자기 지난밤 보리를 보내어 왔다'(布詔行令曾如此 忽然昨夜麥秋至)라는 문장 등을 미루어 보면 이 가옥이 안흥진 수군을 관리하기 위해 군포(軍布, 병역 의무자가 군 복무 대신 납부하던 삼베·무명)나 곡식을 거두어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충남 태안 신진도 고가에서 발견된 고문헌들. (사진제공=문화재청)
충남 태안 신진도 고가에서 발견된 고문헌들. (사진제공=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번 태안 신진도 수군진 유물 발견을 계기로 민간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안흥진 수군과 관련한 개인 문집과 문학작품 등을 찾아 번역할 예정이다.

관련 주요 문집으로는 김득신(金得臣, 1604~1684)의 '백곡집'(栢谷集), 김규오(金奎五, 1729~1791)의 '최와집'(最窩集),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의 '은송당집'(恩誦堂集)등이 있으며, 이 문집들은 수군진의 문학과 역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오는 24일 오후 1시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개최하는 '제2회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대회에서 해당 유물들을 공개할 계획이다.

한편 태안 신진도 고가 인근에는 불과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조선 시대 건물로 추정되는 전통 기와집이 다수 남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해당 지역은 수군진과 관계되는 관리와 수군이 거주했던 지역으로 판단된다"며 "종합적인 학술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조사를 계획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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