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7.24 20:25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김하일 교수

김하일 교수
김하일 교수

오는 7월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지정한 ‘세계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국제기구가 간염 예방의 날을 지정해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그만큼 간염이 인류의 건강과 삶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일 것이다.

간염은 크게 급성간염과 만성간염으로 나뉜다. 이중 건강을 위협하는 질환이 만성간염이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간경화와 간암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성간염은 간에 생긴 염증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급성간염은 바이러스나 술, 독소 등에 의해 증상이 빨리 나타나고, 적절하게 치료만 하면 3~4개월 만에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

만성간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대부분의 환자들이 방치하기 때문이다. 만성간염이 회복되지 않으면 유발인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내에 간경화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간경화 이후 간암이 발생할 확률도 연간 2~10%까지 급격히 증가한다. B형 간염바이러스로 인한 만성간염의 경우, 간경화가 미처 생기기 전에 간암이 먼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만성간염 환자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5부터 2019년까지 5년 사이 만성간염 환자는 47만8077명에서 62만1291명으로 약 30% 증가했다

만성간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크게 바이러스, 음주, 그리고 대사증후군과 동반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 3가지가 있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B형이나 C형 바이러스가 만성간염을 일으킨다. 특히 이 두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간암 고위험군이다. 따라서 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감염 사실을 알고 있어도 정기 검사를 받는 사람은 50%에 불과하다.

술로 인한 만성간염도 유의해야 한다. 과음과 잦은 음주를 하는 환자 대부분은 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이 있고, 게다가 취약계층이어서 사실상 질환이 방치되다시피 한다. 그러다보니 간경변이 발생한 뒤에 발견되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서구형 식습관과 대사증후군과 관련돼 있다. 건전한 식습관과 운동을 통한 체중감소가 유일한 예방 및 치료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생활습관을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

만성간염은 진단이 쉽고, 또 진단만 되면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어렵지 않다. 따라서 간암 고위험군(B형간염, C형간염, 특히 간경화가 발생한 환자)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간경화가 진행된 단계에서 발견됐다면 의사와 적극적인 관리계획을 상의해야 한다. 특히 간암 감시검사를 유지하는 것을 소홀해서는 안 된다.

다행히 2016년 1월1일부터 국가 검진사업의 일환으로 간암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연간 2회 복부초음파 및 종양표지인자 검사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건강서비스를 놓치지 말고 휴가철을 이용해 병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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