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7.25 13:47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 "새롭게 수사팀 측이 내놓은 추가 증거는 없어"

(사진=YTN 뉴스 캡처)
(사진=YTN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하고 이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권고했다. 검찰과 언론이 유착해 특정 세력을 압박했다는 이 사건의 핵심인 '공모 관계'의 연결 고리가 끊긴 셈이다.

대검찰청 산하 심의위는 지난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 하라고 의결했다. 다만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에 대해서는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기소해야 한다고 봤다.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현안위원 10명이 수사 중단, 11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 이 전 기자와 관련해서는 현안위원 12명이 수사 계속, 9명이 공소제기에 투표했다.

심의위는 A4 3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수사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 이 전 기자, 한 검사장 측의 의견을 각각 청취했다. 이후 질의응답을 거쳐 토론을 진행해 최종 의결했다.

핵심은 '공모 관계'였다. 이날 심의위에서는 공모 인정 여부를 두고 '수사팀·이 전 대표' 대 '이 전 기자·한 검사장' 구도로 치열한 설득전이 펼쳐졌다.

수사팀은 법원의 영장 발부 사유를 중심으로 수사가 계속될 필요성이 있음을 설명하면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 공모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측도 심의위 시작에 앞서 "오늘 심의위에서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반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은 공모하는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간 이 전 기자 측은 직접 공개한 녹취록을 기반으로 공모 관계 성립이 어렵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 전 기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역할을 한 지모씨에게 보여준 녹취록은 본인이 창작한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한 검사장도 공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결국 심의위는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사이에 공모가 없었다고 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같은 결론은 수사팀이 이미 공개된 바 있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의 부산 녹취록 이외에 별다른 증거를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심의위에 참여한 한 위원은 의결 후 취재진에게 "새롭게 수사팀 측이 내놓은 추가 증거는 없었다"고 전했다.

한 검사장 측은 심의위의 결정에 대해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전 기자 측도 "아쉬운 점은 있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검찰 고위직과 공모모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심의위 결과를 접한 서울중앙지검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한동훈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오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팀은 지금까지의 수사내용과 법원의 이동재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취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으로의 수사 및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향후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동력을 잃을 전망이다. 

이 전 기자에 대해 수사 계속 및 기소 의견이 내려졌다고 해도, 사실상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한 검사장과의 연결고리가 끊긴 만큼 수사 필요성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심의위 의결에 수사팀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까지 심의위에서 의결한 8건 중 검찰이 의결 내용대로 처분하지 않은 건은 없다. 심의위 의결 결과와 다르게 한 검사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할 경우 '명분이 없는 기소'라는 부담감을 안게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법조계에서는 수사팀이 심의위 결과와 상관 없이 한 검사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 경우 정치적 판단에 따른 수사와 기소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검언유착'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찰청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서울중앙지검 구도로 의견이 나뉜 사건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날 심의위의 결정으로 추 장관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최근 윤 총장과 연일 대립각을 세워 온 추 장관은 '검언유착' 수사를 사실상 이끌어왔다. 추 장관은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해 윤 총장이 해당 사건에서 손을 떼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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