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자신을 '잡종'에 비유한 '변방 장수' 염태영 최고위원 후보
[취재노트] 자신을 '잡종'에 비유한 '변방 장수' 염태영 최고위원 후보
  • 최윤희 기자
  • 승인 2020.07.2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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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최윤희 기자] 176석 '거여(巨與)' 지도부에 출사표를 던진 염태영 수원시장이 지난 24일 기초단체장 최초로 최고위원 예비경선을 통과하며 당당히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날 예비경선 직후 "일단 쉽지 않은 유리천장 하나를 깼다는 느낌"이라고 속내를 털어놨지만 염 시장이 집권여당의 당 의지를 결집시키는 8·29 전당대회에서 향후 2년간 더불어민주당을 이끌 원내지도부에 입성한다면 이는 민주당 내 혁신을 넘어 지방자치 30년사에 일대 획을 긋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집권여당은 코로나19 국난극복과 한국판 뉴딜의 성공, 행정수도 완성까지 실현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총량적 지표보다 국민들의 삶에 와닿는 정책 하나가 더 소중히 여겨지는 이때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과업 완수에 한몫을 담당할 '풀뿌리 지방자치 최고위원'의 탄생 여부에 유례없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의 당권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 가운데 유일한 원외 인사인 염 시장의 최고위원 당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는 총선 후 21대 국회가 본 궤도에 오르며 당 내부에서 중앙정치가 지자체가 쌓은 30년 풀뿌리 정치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협치의 정치를 펼쳐야 정권 재창출의 기반이 마련된다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돼온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전당대회 최고위원 투표에서는 전국대의원과 권리당원이 차지하는 반영 비율이 높다. 따라서 대의원 선임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위원장, 국회의원들은 그 구조에서 배제돼 있는 지자체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전국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 또한 꼭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지방 분권' 카드를 들고 나온 염 시장의 최고위원 당선 전망을 밝게 하는 또 한가지 이유는 그가 151명의 기초자치단체장, 652명의 광역의회 의원, 1638명의 기초의회의원 등 2441명의 지방자치 풀뿌리 정치인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수영 서울시 양천구청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 7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이 출마선언 당시 힘을 실어준 데 이어 황명선 논산시장과 광주시 동구 등 광주시 모든 구청장이 그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이어 동래·부산진·금정·강서·연제·사상구청장 등 6명의 부산지역 구청장들의 공식적인 지지선언과 함께 울산에서는 울주군수와 울산시 동구·북구·중구 3명의 구청장이 건승을 기원했고, 경선 과정에서 강원지역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국회의원들만 최고위원을 할 수 있다는 기존의 틀을 깨고 현장의 다양한 시정 성과들을 통해 중앙정치를 바꿔 나가기 위해선 현장정치의 힘을 가진 자치분권 대표자가 필요하고, 그 대안을 염 후보를 통해 중앙당 지도부에 교두보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소탈하고 겸손하며 권위를 모르는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내면은 단단한 외유내강형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를 토대로 염 시장에겐 수원시정을 시민의 정부로 혁신하고 일자리 1등 도시로 만들어낸 저력이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큰 파고를 맞아 나라 경제와 민생이 송두리채 흔들리는 시국에서도 염 시장은 '해외입국자 임시검사시설' 최초 운영 등 지역사회 감염을 억제하기 위한 기초자치단체 차원의 다양한 선제적 대응을 펼쳐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벤치마킹이 쇄도하는 등의 대외적 호평을 받았다.

염 시장은 지난 24일 예비경선 합동연설회를 마친 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자체장이 최고위원에 도전하게 된 취지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원팀이 돼 책임과 권한을 나눠야 한다"며 "생태학적으로 보더라도 흔히 '순종'보다 '잡종'이 생존력이 높은 데 다섯 자리 중 풀뿌리 지방 정치인 1명 정도는 이제 민주당 지도부 안에 입성해 보다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혁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중앙정치에서 역할을 맡아야 지역의 생생한 목소리를 당에 전달하고 진정한 자치분권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반면 임기 2년여를 앞두고 염 시장이 당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화한 것에 대해 항간에는 시정 공백을 우려하며 '정치적 욕심'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 회장을 맡고 전국적인 활동에 집중해 온 그가 오는 2022년 3선 시장 임기가 끝나는 만큼 개인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내린 정치적 판단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당 소속 현역 기초 지방자치단체장의 역대 세 번째 최고위원 도전이라는 과제는 개인의 결단을 넘어 풀뿌리 정치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정치사적 실험이며, 도전 그 자체가 제대로 된 지방자치 구현의 시발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변방 장수'로서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하려는 염 시장의 새로운 도전에 응원을 보낸다. 주변의 견제를 극복하고 불신을 뛰어넘어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 수장으로 느껴 온 지방자치에 대한 소신을 토대로 중앙집권적 정치 중심의 정당제도 개혁에 앞장서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염 시장의 도전이 성공한다면 첫 번째 할 일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통과일 것이다.

이 개정안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도 전인 1988년에 만들어졌다. 이후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개정안은 여태 한 번도 고쳐지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해 3월 29일 4대 분야 24개의 과제가 담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정부 입법안으로 국회에 발의됐지만 20대 국회는 논의도 없이 개정안 통과를 무산시켜 버렸다.

이처럼 지방자치는 여전히 아직도 여의도에 갇혀 있다. 염 후보가 중앙정치의 그 높은 벽을 이번에 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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