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동헌 기자
  • 입력 2020.07.27 13:56

[뉴스웍스=이동헌 기자]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사랑을 받으면서, 주인공의 형 역할로 나오는 문상태(오정세 분)를 바라보는 드라마의 시선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는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병동 보호사 강태(김수현 분)와 애정에 대한 결핍으로 잔혹한 동화를 써내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로맨틱 판타지 장르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문상태는 자폐스펙트럼(Autism Spectrum Disorder)를 겪고 있는데, 자폐스펙트럼 장애란 사회적∙정서적 상호작용의 결함, 언어적∙비언어적 의사소통의 결함, 대인관계를 발전시키고 유지하고 이해하는 데의 결함, 제한된 관심과 기이하고 상동증적인 행동을 반복적으로 나타내는 경우로,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자폐증을 말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결함과 언어적 결함 및 행동적 결함을 모두 포함한다. 자폐증은 3세 이전에 시작되며 흔히 지적 장애 및 언어장애와 연관되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에는 심리적, 사회적 요인보다 주로 기질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기질적 원인은 유전적 요인, 신경학적 요인, 생화학적 요인, 감염 등을 의미하기도 하고 외상적 사건과 같은 환경을 말하기도 한다. 또는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의 복합적 결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수인재두뇌과학 이슬기 소장(서울대 인지과학, 분당센터)은“최근 들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88명의 아이 가운데 1명 꼴로 자폐아동이 나오고 있다”며 “이전에는 백신을 맞는 것과 자폐유발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현재 백신은 자폐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관련 연구 가운데 조작된 것이 있었고, 백신의 주요 성분 가운데 하나인 티메로솔은 1992년 백신에서 제거되었지만 자폐증가엔 영향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물론최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증가추세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는 부계의 고령화, 수정 시기의 아버지 연령 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폐는 남녀 사이의 성차도 뚜렷한데, 남자는 여자보다 4배 정도 자폐비율이 더 높다. 하지만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형제가 자폐인 경우 나머지 한 명이 자폐일 확률은 77%이며, 이란성 쌍둥이의 경우 일치율은 31%, 형제인 경우 최대 20%의 연관을 보인다. 자궁환경을 공유한다고 해도 이란성의 경우 31%에 불과하며, 가족력 추적을 해본 결과200~400개의 유전자가 함께 작동하며 자폐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주요 진단특징에는 세 가지가 있다. 먼저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함이란 눈맞춤이나 사회적 미소가 없고, 사람이나 사회적 상호작용 대신 사물에 높은 집착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도 문상태(오정세 분)가 어렸을 적부터 공룡에 높은 관심과 집착을 보이고 이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소란이 발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외에 타인 마음을 읽지 못하는 것, 특히 부모와의 상호작용 결여도 포함한다. 두 번째로 의사소통의 장애는 구어의 발달지연, 상대방과 함께 동일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상호작용을 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을 말한다. 또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있고, 불필요한 내용을 말하거나 엉뚱한 주제로 넘어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제한된 관심과 행동의 반복성은 고집스럽고 강박적이고 반복적인 행동(몸을 앞뒤로 흔들기, 발끝으로 걷기 등)을 지속하는 것과, 특정한 것(장난감, 특정 숫자나 노래 등)에 제한된 관심을 보이는 것, 어떠한 변화에 대해 분노하는 등 동일한 방식의 행동에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자폐스펙트럼 증상이 드라마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과거의 기억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이나 갑작스러운 분노 폭발 등을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역할로 제시되고 있다. 드라마의 기본적인 시선은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난독증이나 지적장애를 겪는 주인공을 내세웠던 이전 드라마의 시선이 단편적이었던 것에 비하여,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이야기하는 정신질환은 극의 전반을 지배하며 서로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자폐스펙트럼을 겪는 사람들의 치유과정은 어떻게 될까?

어떤 경우는 약물로 개입을 하거나 교육, 뉴로피드백, 감각통합 훈련 등의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자폐관련 연구의 일반적인 패턴이다. 수인재두뇌과학 이슬기 소장은“인간의 인지능력은 주의력, 의식, 기억, 언어와 같은 요소들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대뇌피질의 발달에 크게 의존한다. 사회성은 타인의 감정읽기, 맥락파악하기, 적절한 신체적 행동으로 반응하기 등 일련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인지훈련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검사를 통해 적절한 대처방법을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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