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28 09:35

"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법무부장관, 서면 수사지휘 앞서 고검장 서면 의견 들어야"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이 지난 27일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개혁위원회 21차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TV국민방송 캡처)
김남준 법무·검찰 개혁위원장이 지난 27일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개혁위원회 21차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TV국민방송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분산하고 검찰총장을 현직 검사에서만 임명하는 현재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지난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제도 개혁 등'에 대해 심의·의결했다고 밝히며 "검찰총장에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분산하고 법무부와 검찰, 검찰 내부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라"고 요청했다.

위원회는 "선진 형사사법절차가 구축된 문명국가 중에 우리나라처럼 검찰총장에 권한이 집중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우리나라의 검찰총장은 전국 2200여 명의 검사를 손발처럼 지휘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을 보유하고 있고, 검사의 보직 인사와 비위 감찰에도 사실상의 영향력을 미치는 등 이른바 '제왕적 검찰총장'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러한 막강한 권한이 헌법의 권력분립원칙 관점에서 볼 때 적절치 않아 반드시 분산되어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원회가 제시한 방안은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각 권역별 고등검사장들에게 분산하는 것이다. 고검장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갖게 되면 법무부 장관의 직접적인 수사 지휘 대상 역시 검찰총장에서 고검장으로 바뀐다.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에 대한 수사 지휘를 하게 될 경우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해 법무부 장관은 고검장에 대해 서면으로 수사지휘를 해야 하며, 사전에 고검장의 서면 의견을 들어야 한다. 불기소 지휘는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 (사진=법무부·대검찰청 제공)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 (사진=법무부·대검찰청 제공)

또 위원회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분산시킴으로써 대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부서가 아니라 정책 기능과 일반적 수사지휘기능을 강화하고, 형사법의 정확한 적용 여부 및 형사 사법 행정을 감독하는 부서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검장들에게 수사지휘권을 넘기고 대검의 기능을 행정적 관리·감독 부서로 전환해 수직적으로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수평적으로는 고검장들 상호 간의 감시 등을 통해 검찰 권력에 대한 견제가 두터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검찰 외부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감시와 견제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한편 위원회는 검찰 인사와 관련한 법안과 관행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먼저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 제34조 제1항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인사위의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 인사를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하고, 검찰총장은 인사위에 검사의 보직 인사에 관한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법안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검찰총장을 현직 남성 검사 중에서 내부 승진으로 임명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청법 27조는 검찰총장은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로 15년 이상 재직한 사람이면 임명할 수 있다. 위원회는 "주로 검찰 고위 간부가 검찰총장으로 임명돼오면서 국민의 이익보다는 검찰 조직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폐해가 발생했다"며 "판사·변호사·여성 등 다양한 출신의 명망 있는 후보 중에서도 검찰총장을 임명할 것"을 권고했다.

위원회는 이번 권고안에 대해 "검찰 내부 권력 상호 간에 실질적인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도록 하며, 검찰 인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제왕적 검찰총장 대신 제왕적 장관을 만들려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권고안의 핵심이 검찰총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수사에 대한 직접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내용인 만큼 권력 간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장관의 힘만 비대하게 키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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