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7.28 15:18

연세대의대 이상원 교수팀, '푸니칼라진' 천연물질 이용한 면역질환 치료제 가능성 제시

석류(사진=Pixnio 무료이미지)
석류(사진=Pixnio 무료이미지)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석류껍질에 들어있는 ‘푸니칼라진(Punicalagin)’성분이 난치인 ‘루푸스신염’에 치료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연세대의대 류마티스내과 이상원 교수팀(문희진 연구교수, 약대 남궁완 교수, 서요한 박사)은 최근 푸르칼라진의 효능・효과를 찾아내 동물실험까지 마친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소개했다고 28일 밝혔다.

‘루푸스신염’은 면역계의 이상을 초래하는 전신홍반루푸스가 신장을 침범해 발생하는 신장염으로 단백뇨와 혈뇨 증상을 보인다. 루푸스신염은 5가지 유형 중 3형과 4형이 예후가 가장 나쁘다.

일반적으로 루푸스신염 환자에겐 부신피질호르몬(스테로이드)을 기본으로 항암제 성분의 주사(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또는 경구면역억제제(마이코페놀레이트 또는 타크롤리무스)를 병용하지만 예후는 극히 나쁘다. 루푸스신염 제4형 중 치료효과가 떨어지는 환자의 10~20%는 5년 이내에 만성신부전이나 투석을 받는 말기신부전에 이른다.

게다가 치료제 부작용으로 이차합병증이 발생해 기존치료제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rotein-coupled receptor, GPCR) 중 하나인 ‘PAR2 수용체’ 그리고 ‘천연물’에 주목했다. PAR2 수용체를 억제하면 루푸스신염을 포함한 관절염, 피부염, 혈관염 등 다양한 염증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천연물은 합성화합물보다 비교적 안전해 만성질환자가 오랜기간 복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교수팀은 먼저 물질의 활성을 평가하는 ‘고속 대량스크리닝(HTS)’을 이용해 1000여 종에 이르는 천연물의 활성을 평가했다. 이를 통해 PAR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푸니칼라진’을 발굴했다.

푸니칼라진은 석류껍질에 많이 존재하는 주요 폴리페놀 중 하나다. 또 저농도에서 PAR2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우수한 항산화효과가 있다.

다음으로 교수팀은 루푸스신염 동물모델에서 푸니칼라진의 효능을 평가했다. 푸니칼라진이 동물모델 신장에서 루푸스신염 발생과 악화에 관여하는 염증물질(IFN-gamma, IL-17A, IL-6)의 생성을 억제하면서 염증을 완화하는 물질(IL-10, TGF-beta1)의 생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장의 사구체에는 발세포라고 불리는 상피세포가 있다. 이 발세포에서 PAR2 수용체가 활성화하면 염증인자 역시 증가한다. 실험을 통해 푸니칼라진(PCG) 농도가 증가할수록 발세포에서 PAR2수용체가 염증인자를 강하게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2차면역 림프조직인 비장에서 생성하는 T세포 중 루푸스신염을 악화시키는 TH1세포, TH17세포, TH2세포의 수가 치료하지 않은 루푸스신염 동물모델보다 각각 40.3%, 64.1%, 52.6% 감소시킨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마지막으로 동물실험 결과, 푸니칼라진 치료군에서 ‘항-DNA 항체'의 혈청농도가 대조군에 비해 52.1% 낮아진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항-DNA 항체는 루푸스신염에서 가장 중요한 자가항체다. 이 물질은 자신이 가지는 물질에 대해서는 항체를 만들지 않으나, 특수한 경우에는 자가항체를 만들어 류머티즘과 같은 각종 질환을 일으킨다.

또 푸니칼라진은 단백뇨 증가를 억제했고, 신장과 관련된 조직인 사구체와 세뇨관의 손상을 각각 68.8%와 80.5% 호전시켰다. 폐, 심장, 간 등 주요장기에서 푸니칼라진 투여에 의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상원 교수는 “현재 사용 중인 치료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때문에 치료가 어려운 루푸스신염 환자를 위한 좀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IF 4.556) 최근호에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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