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28 16:18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서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 점 베일 벗어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병'. (사진제공=문화재청)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백자 채색 살라미나병'. (사진제공=문화재청)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선물한 '살라미나 병'을 비롯해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7월 29일부터 10월 4일까지 개항 전후 조선왕실의 도자기 변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특별전 '新왕실도자,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1886년 조선과 프랑스의 수교를 기념해 사디 카르노 프랑스 대통령이 고종에게 보낸 '살라미나 병'과 필리뷔트(Pillivuyt, 프랑스 도자기 회사) 양식기 한 벌, '백자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등 그동안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근대 서양식 도자기 40여 점이 최초로 전시된다.

이외에도 프랑스·영국·독일·일본·중국에서 만들어진 서양식 도자기 등 약 310건 400점의 소장 유물이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은 개항 이후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노력했던 조선의 생생한 이야기를 '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도자기'를 통해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먼저 1부 '조선 후기 왕실의 도자 소비'에서는 용준(龍樽, 용무늬가 그려진 백자 항아리)과 모란무늬 청화백자, 정조초장지 등 조선왕실의 청화백자를 한곳에 모아 전시한다. 본격적으로 서양식 도자기를 감상하기에 앞서 500년 역사의 왕실 전통 도자기를 감상하는 공간을 마련해 왕실 도자기의 소비 변화를 알아볼 수 있게 하고자 함이다.

'홍색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사진제공=문화재청)
'홍색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사진제공=문화재청)

2부 '新왕실도자 수용 배경'에서부터 개항 이후 서양식 도자기가 왕실에 유입됐던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오얏꽃무늬 유리 전등갓' 등 이번 전시에서 공개될 150여 점의 유리 등갓은 1887년 전기 도입 후 궁중 실내외에 설치된 바 있다.

3부 '조선과 프랑스의 도자기 예물'에서는 조·불수호조약 체결 기념으로 프랑스 사디 카르노 대통령이 조선에 선물한 프랑스 세브르 도자제작소에서 만든 '백자 채색 살라미나(Slalamine) 병'이 최초 공개된다. 

개항 이후 조선은 수교를 맺은 서양 국가로부터 기념 선물을 받은 적이 없었으나, 예술적 자부심이 높은 프랑스가 자국을 대표하는 명품으로 세브르산 도자기를 선물했다. 이에 대한 답례로 고종은 12~13세기 고려청자 두 점과 '반화'(盤花, 금속제 화분에 금칠한 나무를 세우고 각종 보석으로 만든 꽃과 잎을 달아놓은 장식품)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식기. (사진제공=문화재청)
조선왕실에서 사용한 서양식 식기. (사진제공=문화재청)

4부 '서양식 연회와 양식기'에서는 조선왕실의 서양식 연회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창덕궁 대조전 권역에 남아 있는 서양식 주방을 그대로 옮긴 구조에 '철제 제과 틀', '사모바르(Samovar, 러시아식 주전자)' 등 각종 조리용 유물을 전시해 관람객들을 당대의 창덕궁 주방 속으로 이끌 예정이다. 

아울러 정통 프랑스식으로 이뤄진 12가지의 서양식 정찬이 프랑스 회사 필리뷔트가 만든 도자기에 담기는 영상도 전시실에서 함께 어우러져 더욱 실감 나는 연회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백자 공작새 꽃무늬 화병'(왼쪽)과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사진제공=문화재청)
'백자 공작새 꽃무늬 화병'(왼쪽)과 '백자 색회 고사인물무늬 화병'. (사진제공=문화재청)

마지막 5부 '궁중을 장식한 수입 화병'에서는 만국박람회를 통해 세계 자기 문화의 주류로 떠오른 자포니즘(Japonism, 근대 서양에서 나타난 일본 문화 선호 현상) 화병과 중국 페라나칸(Peranakan) 법랑 화병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에서 제작해 세계적으로 유행한 서양 수출용 화병들이 국내에 다량 현존하고 있는 사실은 국내외에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이 화병들은 새와 꽃, 용, 고사인물(신화나 특정 주제에 얽힌 인물) 등 다양한 소재와 금채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전시장을 직접 찾지 못하는 관람객을 위해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는 29일부터 다음 갤러리에서 주요 전시 내용을 담은 온라인 전시를 제공하며, 9월 1일부터는 전시실의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작해 국립고궁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관람객 마스크 착용, 입장 전 발열 확인, 한 방향 관람, 안전거리 2m 유지 등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운영될 방침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복잡한 세계정세 속에서 이룩해야 할 자강(自强)의 의미를 모색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해 일상의 활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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