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29 09:39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손진석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지난 28일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의 폐지·분산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권고안을 내놓은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지난 27일 위원회가 "검찰총장에 집중된 수사지휘권을 분산하고 법무부와 검찰, 검찰 내부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검찰청법 개정을 추진하라"며 권고안을 내놓은 지 하루 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총장 대신에 검찰청에 화분을 갖다 놓자"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그냥 검찰총장을 없애자. 지휘권도, 인사권도 없는 총장. 그 자리에 앉아 딱히 할 일이 없지 않나"라며 "뭐하러 자리를 남겨놔서 세금을 낭비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장 대신에 검찰청에 화분을 갖다 놓는 게 어떠냐. 어차피 이분들, 식물총장 좋아하시잖나"라며 "다육이를 권한다. 물 자주 안 줘도 되고 분갈이는 2년마다 해주면 된다"고 비꼬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남긴 비판 글. (사진=진중권 페이스북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남긴 비판 글. (사진=진중권 페이스북 캡처)

진 전 교수는 29일에도 "조만대장경이 된 검찰개혁"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번 위원회 권고안의 내용을 빗대어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만큼 한국만큼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나라도 없다"며 "검찰개혁위 방식대로 해결하자면 대통령의 권한을 장관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연설문 아홉 번 고쳐 쓰는 일만 맡기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진 전 교수는 "'검찰개혁'의 가장 큰 목표는 검찰의 정치화"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번 위원회 권고안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대신 고검장들을 직접 지휘하게 되는데, 총장과 달리 고검장들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선 "권력비리 수사한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됐는데 총장은 못 자른다"며 "임기가 보장되어 있기에 총장은 권력의 외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검장(고검장)들은 그 일을 못 한다"고 부연했다.

진 전 교수는 고검장들은 청문회도 거치지 않아 인사 조처가 훨씬 간단하게 이뤄진다고 강조하며 "그 자리에 실력 없이 말만 잘 듣는 어용들을 데려다 앉혀 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동훈처럼 실력 있는 검사들은 다 한직으로 밀려나고, 엉뚱하게 한 검사장을 '정치검사'로 비방하는 사골 검사나 성추행 2차 가해나 즐기는 변태검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을 요직에 앉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권의 뜻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임은정 검사, 진혜원 검사 등을 '사골검사', '변태검사'라고 비난한 것이다. 임 검사가 검찰권이 남용되고 있다며 내부 고발을 이어가는 것을 '사골', 진 검사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팔짱 꼈으니 나도 추행했다"며 피해자를 조롱한 것을 '변태'라고 표현했다.

김남준 법무·검찰 개혁위원장이 지난 27일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개혁위원회 21차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TV국민방송 캡처)
김남준 법무·검찰 개혁위원장이 지난 27일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개혁위원회 21차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KTV국민방송 캡처)

진 전 교수가 '개혁된 검찰의 모습'이라고 꼽은 것은 서울중앙지검이다. 그는 "거기서(서울중앙지검) 수사는 총장을 빼놓고 장관의 명령에 따라 이성윤 지검장이 지휘하고 있다. 결국 검찰이 장관의 정치적 주문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러다 결국 수사심의위에 발목을 잡혔다. 수사 자체가 권력에 빌붙은 이들의 '공작'에서 비롯됐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핵심은 산 권력에는 무딘 칼을, 죽은 권력에만 날카로운 칼을 대왔던 과거의 행태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적어도 윤석열 검찰은 죽은 권력(적폐청산)과 산 권력(친문비리)에 똑같이 날카로운 칼을 들이댔다"고 주장했다.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 (사진=법무부·대검찰청 제공)
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 (사진=법무부·대검찰청 제공)

그러면서 "하지만 정권은 이른바 '개혁'을 한답시고 검찰을 다시 자신들의 개를 만들었다"며 "지금 서울중앙지검이 하는 짓을 보라. 권력의 청부수사, 법리를 무시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 검언유착과 공작정치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일갈했다.

진 전 교수는 장관 재임 시절 '검찰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철퇴를 가하며 글을 마쳤다. 그는 "'검찰개혁'은 결국 조만대장경(조국+팔만대장경)이 되어 버렸다"며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빼앗고 총장 권한을 법무부와 대통령에게 갖다 바치는 것. 국(조 전 장관)아, 이게 네가 말한 '검찰개혁'이냐? 푸하하"라고 조소했다.

한편 이른바 '조만대장경'은 조 전 장관이 과거 자신의 SNS에 쓴 글들이 마치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처럼 무수히 많다는 것을 풍자하는 용어다. 전 정권의 행보를 비판하는 SNS 글이 너무 많아 현재 조 전 장관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에게도 이 비판이 똑같이 적용된다며 비꼬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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