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7.31 12:13
조민기 미투 사건의 피해자들이 사건 당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영상 캡처)
조민기 미투 사건의 피해자들이 사건 당시 쏟아졌던 2차 가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영상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발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가운데 유사 사례였던 고(故) 조민기의 미투 피해자들이 "참 똑같다"며 허탈함을 표했다.

지난 30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박 전 시장의 의혹과 관련해 '미투' 사건을 다루며 배우 조민기의 미투 피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민기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2018년 2월 처음으로 제기됐다. 조민기가 교수직을 맡고 있던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학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를 폭로하면서다. 조민기는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2018년 3월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 A씨는 "박 전 시장 사건의 기사들이나 댓글들 여론을 보면서 '참 똑같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도 "그날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제가 그 사람(조민기)의 극단적 선택 소식을 들었던 그 컴퓨터 화면, 책상, 사람들의 그 웅성거림까지도 다 정확하게 기억난다"며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의 자살 이후 제 일상"이라고 호소했다.

B씨는 당시 본인에게 쏟아졌던 2차 가해에 대해 "가해자(조민기)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나서 제일 먼저 본 댓글에 '청주대 X들 이제 파티하겠네'가 있었다"고 설명하며 "우리는 그가 죽길 바라서 이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아닌데 왜 그가 사라져서 우리가 행복해 할거라고 생각하나"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당시 이들에게 쏟아진 비난에 대해 "(악플) 내용이 다 똑같다. 꽃뱀이다. 그놈의 꽃뱀, 꽃뱀이다"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냥 일상이 다 무너졌었던 것 같다. 제가 살아있기 때문에 괴로웠다"며 "'내가 죽어야 사람들이 우리 말을 믿을까. 우리가 그(조민기)가 한 행동을 믿게 하려면 내가 죽는 방법밖에 없을까. 나도 죽어야겠구나'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사건 당시를 회고했다.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분향소. (사진=MBC뉴스 캡처)
서울시청 앞에 설치됐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시민분향소. (사진=MBC뉴스 캡처)

피해자들은 조민기 사건과 같이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으나 가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A씨는 "그 분(박 전 시장 피해자)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장이 정말 가슴이 아팠던 것 같다"고 말했다. B씨 또한 "정말 매일 같이 24시간 미투가 사람을 죽였다는 댓글을 보고 있으면 '아 진짜 내가, 나 때문에 죽은 건가?'까지 생각이 흘렀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조민기 사건 외에도 많은 논란을 낳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미투 사건, 연출가 이윤택 미투 사건 등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이나 관련자들은 공통적으로 위력에 의해 수사가 흐지부지됐고 '꽃뱀'이라는 2차 가해가 이어졌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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