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7.31 23:05

서울 아파트 전셋값 7개월 만에 최대 상승…세입자 정주안정성 개선 기대

서울의 아파트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의 아파트 (사진=남빛하늘 기자)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 직장인 안모씨(32‧남)는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서울 강북구에서 전셋집을 찾는 중이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전세 매물 씨가 마른다’는 불안감에 웃돈을 주고라도 거래하려 했지만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드리고 있다. 안씨는 “이러다 비싼 월세 신세를 져야할 것 같아 무섭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된 가운데 임대차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임대차 3법의 윤곽이 드러난 지 사흘 만에 법이 시행돼 집주인들은 당황하고, 세입자들은 다음 전셋집을 구할 때 전세보증금이 폭등해 집을 구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하 임대차보호법)’ 공포안을 31일 심의‧의결했다. 임대차보호법은 앞서 지난 27일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돼 이틀 만인 29일 통과됐고, 하루 만인 30일 본회의 의결까지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서울 전셋값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개정안은 1회(2년) 이내의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주택 임대차 보장기간을 최대 4년으로 확대했다. 1989년 임대차 보장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후 31년 만이다.

현행법 상 묵시적인 계약 갱신이 가능하지만, 명시적인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해 특정한 사유가 없는 한 임대인이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세입자와 재계약하도록 한 것이다. 또 임대료 상승폭은 직전 계약 금액의 5%를 초과할 수 없게 했다.

앞서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 3법이 본격 시행되면 전세난이 심화되고 전세 보증금이 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런 걱정은 현실이 됐다. 벌써부터 부동산시장에서는 전셋값 상승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27일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0.12%) 대비 상승한 0.14%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월 6일 조사 이후 7개월 여 만에 최대 상승한 수치다. 강동구(0.28%)를 비롯해 강남구(0.24%)‧서초구(0.18%)‧송파구(0.22%) 등 강남4구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특히 강동구는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아파트 위주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전셋값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까지 7억원 안팎이었던 전세 보증금이 현재는 8억원대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이달 초 14억원에 전세 거래됐었는데, 현재 호가가 16억 후반~17억 초반대로 형성돼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 호가는 10~10억5000만원 수준인데, 지난달 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2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과 관련, “매물 부족으로 여름 휴가철에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본격 시행되지만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서울을 넘어 경기, 인천으로 확산되고 있어 전세 매물 부족에서 기인한 가격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세입자 정주 안정성 개선 기대…전셋값 상승 4년 뒤로 미루는 것”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를 통해 세입자의 정주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단기적으론 임대차시장에 안정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론 전세가격 상승을 4년 뒤로 미루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국토교통부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차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3.2년”이라며 “임대료 인상률 상한과 임대계약 갱신권으로 인해 임차인의 거주기간이 길어지고 잦은 이사로 인한 부대비용 감소 등 세입자의 정주 안정성(거주권 보호)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제도 도입에 따른 역기능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료 상한제와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은 바로 시행되지만 규제의 기준과 가이드가 될 임대차 실거래가 신고의무제는 내년 6월 1일 도입되며 지자체별 상한요율 설정에 있어 혼선을 빚거나 임대인의 불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함 랩장은 이어 “임대인에 대한 제도균형과 임대인의 사유재산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임대차 종료 정당 사유 외 세입자 퇴거 및 재계약 거부사유를 좀 더 다양화하고, 임대차보호법 개정 시 시장의 제도변화 수용성에 맞는 경과규정(소급적용)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대차 3법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임대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가격 상승을 4년 뒤로 이연시키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2년마다 전세금이 오를 때는 전세를 산지 2년차부터 전세금 걱정을 하겠지만, 앞으로는 4년차에 들어서야 걱정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그만큼 전세금 인상폭에 대한 체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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