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7.31 21:20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강자헌 교수

녹내장은 백내장·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원인 중 하나다. 그만큼 눈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더구나 녹내장은 특별한 통증이나 증상이 없이 진행된다. ‘소리 없는 시야 도둑, 눈건강 테러범’으로 불리는 이유다.

녹내장 환자는 2015년 76만7342명에서 지난해 97만4941명으로 5년 사이 30% 증가했다. 인구의 고령화와 진단장비의 발달, 그리고 건강검진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레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대는 40대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60대 이상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의 원인을 '높은 안압'으로 꼽지만 실제 환자의 70%는 정상 안압을 유지한다는 점도 환자들을 곤혹스럽게 한다. 그렇다면 ‘녹내장의 급습’을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차 손상돼 시야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시신경 손상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안압이다. 눈의 압력이 높아지면 마치 공기를 빵빵하게 넣은 타이어처럼 부풀어 시신경을 압박한다.

그렇다면 안압은 왜 오르는 걸까. 눈은 둥근 공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방수’라는 액체로 채워져 있다. 투명한 액체인 방수는 각막과 영양을 공급하는 물질이다. 방수는 모양채에서 만들어져 우각으로 빠져나간다. 따라서 기존의 방수가 배출이 되지 않고 계속 생성만 되면 안압이 상승하는 것이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녹내장이 ‘정상안압 녹내장’이다.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인 섬유주의 형태가 정상적인 ‘개방각 녹내장’ 중 하나다. 정상적인 안압에도 시신경유두가 물리적 압박을 받거나, 혈류장애가 생겨 시신경이 손상돼 발생하는 녹내장이다. 이들 환자들은 시야의 변화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을 눈치채기 어렵다. 심지어 시신경이 80~90% 망가져도 지나치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

이와는 달리 방수 유출로가 완전히 막히는 '폐쇄각 녹내장'도 있다. 이 질환은 급성으로 진행돼 72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받지 못하면 시력이 떨어지거나 실명을 초래한다.

사건의 발단은 수정체와 홍채 사이의 방수 유출로가 갑자기 막히면서 시작된다. 후방압력이 상승하면서 홍채가 각막 쪽으로 이동해 전방각이 눌리고, 이렇게 되면 전방 방수유출로가 막혀 안압이 급상승한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구토를 동반하기도 하며, 눈주위 통증과 충혈이 발생할 수 있다.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치료방법은 종류에 따라서 달라진다.

정상안압 녹내장은 안압이 정상이라도 안압을 조절해 시신경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여줘야 한다. 안압을 낮추는 약물치료와 방수 유출로인 섬유주를 수술하는 레이저섬유주 성형술, 또는 섬유주절제술을 동원한다.

폐쇄각 녹내장은 빠른 치료로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보존하는 것이 관건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맥주사와 함께 안약을 사용하고, 안압이 내려가면 레이저 홍채절개술을 통해 방수 배출구를 열어준다. 녹내장으로 손상된 시신경을 되돌릴 수는 없다. 따라서 녹내장은 조기 발견과 치료만이 최선의 방책이다.

녹내장의 고위험군은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 6개월~1년 이상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사람, 당뇨병·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이다. 일반인이라면 40세부터 1년에 한번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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