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7.31 18:10

장녀의 성년후견 청구에 입장문 발표…“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매각한 건 갑작스런 결정 아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은 장녀 조희경의 성년 후견 개시심판 청구에 대해 “많이 당황스럽고 정말 마음이 아프다.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양래 회장은 31일 최대주주 지위 및 성년후견인 개시심판 청구 등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조현범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건, 갑작스럽게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조현범 사장에게 약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겨왔고,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며 충분한 검증을 거쳤다고 판단해 이미 전부터 최대주주로 점 찍어 두었다”고 전했다.

이어 조 회장은 “최근 몇 달 동안 가족 간에 최대주주 지위를 두고 벌이는 여러 가지 움직임에 대해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자 미리 생각해 두었던 대로 조 사장에게 주식 전량을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지난 30일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을 서울가정법원에 신청했다. 조희경씨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조양래 회장의 장녀로 조현범 사장은 장녀 조희경 이사장 동생이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및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들에게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조 이사장은 서울가정법원에 지난 6월 26일 돌연 동생인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에게 조 회장이 보유 지분 23.59%(2194만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전부 넘긴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조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이와관련, 조 이사장은 지난 30일 “조 회장이 건강한 상태로 자발적 의사 결정이 가능한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해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장녀인 조 이사장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저는 매주 친구들과 골프도 즐기고 있고, 골프가 없는 날은 PT도 받고, 하루에 4~5㎞ 걷기운동도 한다”며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자신의 건강함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저는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적이 없다. 제 딸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해 본적이 없고, 가정을 꾸리는 안사람으로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돈에 관한 문제라면 첫째 딸을 포함해 모든 자식들에게 이미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양래 회장은 “최근 저의 첫째 딸이 성년후견인 개시심판을 청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족간의 불화로 비춰지는 것이 정말 부끄럽고 염려돼 수습하기 위해 이렇게 입장문을 내게 됐다”며 “다시 한 번 저의 가족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은 조현범 사장이 42.9%를 보유하고 있고, 조현식 19.32%, 조희경 0.83%, 조희원 10.82%를 합하면 조현범 사장을 제외한 3남매는 30.97%를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조 회장이 조현범 사장에게 보유 지분을 블록딜로 넘기면서 조 사장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이에따라 조 사장이 조현식 부회장을 제치면서 승계구도가 일단락됐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3명이 힘을 합해도 조 사장보다 10% 이상 지분에서 차이가 난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에 따르면 차녀인 조희원 씨는 중립 입장에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현범 사장의 조 회장 지분 인수로 갑자기 기울어버린 후계구도를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에게로 반전시키기 위해 누나인 조희경 이사장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항공에 이어 자매의 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