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8.02 09:20
원성훈 기자.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중등교원 임용 준비생들이 단단히 뿔났다. 교육부가 내년에만 서울 지역 초등 일반교사 558명과 중등 일반교사 570명 등 모두 1128명을 감축하라고 7월 23일 서울교육청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로 서울의 모든 공립학교 교사 정원을 학교당 1~2명씩 줄여야 하는 규모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초등의 경우 지난 3년간 평균 감축 인원과 비교해 2.5배에 달하며, 중등 역시 3년 평균 감축 인원보다 2배나 많다"면서 "충격적인 대규모 정원 감축"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서울의 모든 공립학교 교사 정원을 대폭 줄이는 교육부의 결정에 대해 예비교사들은 배신감을 넘어 교육부에 대한 분노가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성남시에 거주 중인 20대 후반의 한 중등 임용시험 준비생은 지난 달 31일 "예비 교사들은 꿈을 위해 다른 진로를 포기하고 공부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갑자기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것은 20대, 30대가 대부분인 그들의 인생 계획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질타했다. 

이어 "차라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원 감축을 미리 공지했더라면 다른 계획을 생각해 볼 여유라도 있었을텐데 티오(TO:교사선발 정원)가 나기 며칠 전에야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된 예비 교사들의 마음은 절망스럽고 황망하기가 이를데 없다"고 성토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사 정원 감축이 서울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도 강원지역 중·고등학교 교사 정원도 151명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부의 2021학년도 교육공무원 정원 1차 가(假) 배정안에 따르면 초·중·고·특수학교 등 강원지역 전체 교원 정원은 지난해 1만3천667명보다 72명 줄어든 1만3천595명이다.

유·초등과 특수교사 정원은 소폭 늘었지만, 중등교사 정원이 151명 줄어 큰 감소 폭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중등교사 정원 감소 수인 96명보다 절반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다만, 내년도 교원 정원 배정은 이르면 오는 11월께 확정되며, 도교육청과 협의를 통해 정원 감소 폭은 20∼30명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부의 지난 7월 24일 '미래교육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교원수급정책 추진 계획' 홍보자료에서 보면 "2018년 4월 중장기 교원수급계획 중 2021~2024년 공립 초등학교 신규 교원 채용규모를 조정했다"며 "기존 계획에 대한 신뢰보호 차원에서 감축 규모를 최소화 했다"고 돼 있다.

'공립 초등 교원 채용규모(안)'에는 2020년 신규채용 교원 수는 3916명(완료)이었던 것을 2021년엔 3780~3880명으로, 2022년엔 3380~3580명으로 조정했다가 2023~2024년엔 3000명 내외로 감축하는 안으로 계획돼 있다.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분명히 "공립 중등교원 신규채용규모는 2018년 수급계획을 유지한다"고 명시해놨다. 다만, "2021년 통계청 인구추계 및 새로운 교원수급전망 모델에 따라 2023~2024년 신규채용규모는 변동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립 중등 교원 채용 규모(안)'에는 2020년 신규채용 교원 수를 4448명(완료)로 공시했다.  

한마디로, 교육부가 '공립 초등학교 신규 교원은 다소 줄이더라도 공립 중등학교 신규 교원은 줄이지 않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해놓고도 이를 어긴 것'이다. 

이에 현역교사들과 교원시험 준비생들이 함께 활동하는 대규모 카페인 '한마음 교사되기'를 비롯한 여러 중등 교원시험 준비 카페들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들은 너나 할것 없이 교육부의 최근 결정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한마음 교사되기 카페' 소속의 한 네티즌은 지난 31일 '티오 진짜 황당하네요'라는 제하의 글에서 "교육부가 중등 교원은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신규 채용할 예정이라고 해놓고 불과 며칠 만에 입장 바꿔서 각 교육청에 인원 감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교육부가 설마 다중인격을 앓고 있느냐"고 질타했다.

특히 "시험 4개월 가량 남은 이 시점에 이게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이냐. 이런 중요한 일을 시험 4개월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를 하나?, 주먹구구식으로?"라며 "황당하기만 하다"고 규탄했다.  

이 카페의 또 다른 회원은 "자다가 날벼락 맞은 것 같아서 글을 쓰게 됐다"며 "교육부의 저 거지같은 자료를 보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세간에서는 교사 임용시험을 일컬어 '임용고시'라고까지 부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합격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몇년 씩 도전하고도 불합격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험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중등 임용시험에 도전하는 예비교사들이 원하는 것은 사실은 간단하다. '시험을 쉽게 출제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학생 수에 비해 교사를 과도하게 많이 선발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예측가능한 시험이 되게 해달라는 요구다. 즉, 교육부가 애초에 몇명 선발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한 그 인원만큼 변경없이 그대로 선발해달라'는 소박한 요구다. 

교육부가 '비교과 교사들을 늘려놓고 교사 1인당 담당 학생수가 줄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교과영역 교사를 지망하고 있는 예비교사들의 목소리다. 전체적인 교사 대비 담당 학생수는 줄어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늘어난 교사들이 교과영역의 교사가 아닌 비교과영역의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들의 생활을 지도하는 교사들은 교과영역 교사들의 몫이란 얘기다. 

최근 코로나 19사태로 교사의 1인당 업무 부담이 커진 상태이고,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진정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교육부의 '중등교사 정원 관련 약속 번복'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라는 말이 등장할만큼 2020년 이후의 사회는 이전과 모든 면에서 다를 것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올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학생을 길러내기 위해 교사의 증원은 못할지언정 애초에 정해졌던 신규 교원 선발인원을 이처럼 일방적으로 갑자기 줄이는 것은 반드시 철폐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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