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4.04 13:42
가까운 궤도에서 내려다 본 지구의 야경이다. <사진=NASA 홈페이지>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환경오염은 극심해진다고 한다. 이 모두 우리 인간이 초래한 재앙이란다. 위기가 닥친다고 한다. 그러니 우선은 자녀들이 걱정이다.

어느 날 아들이 우주 캠프를 다녀와서는 우주 식량이라는 것을 사왔다. 애들이 좋아라고 할 말린 딸기 등이다. 쌉쌀한 딸기가 바삭하게 씹히니 재미있었나보다. 캠프가 어땠냐고 묻는 내게 말린 과일을 조각을 주며 묻는다. “아빠도 우주에 가고 싶지?” 그러나 준비된 현실주의자인 아빠는 자상한 미소를 머금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래, 우리 아들은 우주에 가고 싶구나! 아빠는 나이가 좀 있어서 힘들 것 같으니까 너는 ‘말린’ 딸기, ‘말린’ 사과 먹으며 넓은 우주로 나가렴. 나는 친구들과 국물 넘치는 ‘부대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며 라면 사리를 하나 넣고는 소주를 곁들이며 아들의 무사귀환을 빌게!” 그러자 아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머뭇거리더니 과감하게 우주를 포기한다.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부대찌개라는 것을 파고든 아빠의 전략이 먹혔다.

10년이 흐르고, 화성에서 감자를 심어 생존한다는 <마션>이라는 영화가 유행했다. 나이 터울이 있던 둘째도 우주캠프를 다녀오고 영화도 보았다. 화성을 가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이번에는 감자드립을 날렸다. “너는 화성에 태극기를 꽂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화성의 토양에서 땀 흘려 수확한 감자 맛있게 먹으려무나. 나는 돌판에 삼겹살이나 구우며 소주 한 잔으로 너의 건강을 걱정할게!” 작은 놈의 반응은 큰놈과 그리도 판박이다.

나쁜 아빠다. 자라나는 아동의 우주를 향한 부푼 꿈을 키워주지는 못할망정 의도적으로 방해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보통 Si-Fi 영화를 보면 이미 지구는 엉망이다. 새 식민지 화성으로 이주를 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오염된 지구는 더 이상 살기 힘든 곳이다. 대부분의 공상과학영화란 그렇게 무너진 미래를 이야기한다.

지구 온난화 주장도 Si-Fi 영화나 매 한가지다.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사막화할지도 모르니 탄소연료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기차다, 유로6 클린 디젤이다 하며 호들갑을 떨다가 끝내는 자동차 값을 올린다. 세상은 뭔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흐르는 듯싶다. 세계 각국은 마치 열심히 과일 말리고 화성에서 감자 키울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기어코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이주할 태세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만나 본 적도 없는 백곰의 복지 걱정에 여념이 없다. 백곰의 숫자가 2배로 늘었다는 사실과는 상관없이 빙산이 녹아 서식지가 줄었다며 징징거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 도장 찍고 땀 흘려 일 안하며, 의료보험이나 연금도 안 붓는 백곰의 노후를 걱정한다. 마치 모든 잘못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인간 탓이라고 질책하며 우리의 양심을 마구 후벼 판다. 심지어는 식용으로 목축하는 소, 돼지 그리고 닭의 복지까지 들먹이며 고기 구워먹은 사람의 죄를 묻는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야생 동물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다. 밀림을 누비고 설원을 가르는 자유도 없이 비좁은 공간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해 겨우 자기 식구 먹여 살린다. 서식 환경도 극악하다. 어느 척추동물도 사람처럼 층층이 쌓아올린 벌집에 살지 않는다. 먹거리도 질적으로 보자면 고양이 사료만 못하다.

그런데도 생존을 위한 서민들의 몸부림을 이기심이라고 매도한다. 동물들에게는 허리띠를 조르라고 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머니를 털어 동물 복지에 신경을 쓰라고 한다. 이럴 때는 말하면 알아듣는 인간이 말 못하는 짐승보다 더 불쌍하다.

아들에게 부대찌개 드립을 치고 삼겹살 타령을 할 때는 그저 우릴 키워준 이 하늘과 이 땅이 나를 좋아한다고 믿었다. 우주를 가고 싶다는 아들이 나처럼 이 하늘, 이 땅과 함께 즐기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구는 인간을 싫어한단다. 지구에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일이 건강한 양심으로 못할 짓이란다. 따라서 이제는 알았으니 고개를 숙이고 떠나는 게 마땅한 도리다.

왜 SF영화나 소설에서 그토록 지구를 떠나라고 하는지 알겠다. 그들 말대로라면 자식을 둘이나 키우는 동안 지구에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이다. 비록 시켜서 한 일이라지만 산을 부수고 강을 막았으며 공기를 오염시켰다. 아니, 숨을 쉬어 이산화탄소를 방출했으며 방구를 껴 암모니아 가스를 생산했다.

죄스러울 뿐이다. 그리고 자식에게는 이 죄를 물려주고 싶지 않다. 그러니 아들들만이라도 화성으로 보내야 할 듯싶다. 오늘부터라도 떠날 자식들에게 바리바리 싸줄 딸기도 말리고 사과도 말리고 감자씨도 마련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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