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8.04 15:44

"분양가 5억 마곡 9단지 주택, 1억2500만원 내면 본인 소유…4년마다 7500만원씩 총 20년 간 잔금 납입"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서울시가 주택시장의 주요 실수요자이지만 적은 자산규모, 낮은 청약가점, 각종 대출규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3040세대를 위한 분양주택 확대 정책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공공재개발 활성화와 유휴부지 발굴을 통한 복합개발 등을 병행 추진해 오는 2028년까지 공공·민간 분양 물량을 아울러 총 11만 호의 주택을 추가공급하겠다고 4일 밝혔다.

정부는 이날 8·4 주거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서울 권역에 13만호에 달하는 주택을 공급하고, 도시규제 완화를 통해 주택을 획기적으로 공급하는 '고밀 재건축'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시는 4일 오후 별도의 브리핑을 열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한 세부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시는 주택 공급의 중요 축인 청년·신혼부부·서민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을 차질 없이 지속 공급하는 동시에 3040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을 늘려 보다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주택정책 확대는 크게 ▲공공재개발 활성화 ▲유휴부지 발굴 및 복합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사업 추진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4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공공재개발 대상 지역 확대…총 2만호 추가 공급

먼저 서울시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총 2만호 주택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지난 5·6 대책에서 처음 도입됐는데, 시는 당초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정비예정구역 및 정비해제구역까지 범위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구역지정 절차를 진행 중인 22곳과 사업성 부족 등으로 해제된 176곳 등도 신규 정비구역 지정 요건에 부합한다면 공공재개발 사업으로 함께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시는 공공재개발을 공표하고 후보지 공모사업에 대한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SH공사와 함께 '찾아가는 현장설명회'를 이달부터 개최해 본격적인 제도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공공재개발부 및 공공재개발 전담 TF를 신설하는 등 관련 조직도 개편해 사업 추진에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청년층·소외계층 대상 주택공급도 확대…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추진

청년·신혼부부 대상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선 저이용 유휴부지나 노후 공공시설을 복합개발한다. 이번 대책에는 서울시가 제안한 총 11개 단지가 포함됐는데, 이에 따라 2023년까지 1만2000호를 공급하게 된다. 

시는 이번 복합개발사업에 대해 2030 세대의 젊은층과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소외계층의 주거복지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보다 우수한 품질의 공공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로 이뤄진 TF를 구성하고 자치구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8·4대책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인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과 관련, 시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은 도심 가용지가 한정된 상황에서 재건축을 통해 원활하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시행된다. 

특히 공공참여란 소유자 2/3의 동의하에 SH·LH 등이 공공관리자로 참여하여 사업 전 과정을 지원·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크게 ▲공공이 자금 조달·설계 등을 지원하는 공공관리 방식 ▲조합과 지분을 공유하는 지분참여 방식 등으로 조합이 참여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3040세대 위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도입…20~30년 분할 취득

시는 실수요자 계층인 3040세대를 위해서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라는 새로운 분양주택 모델을 도입해 자금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에게 주택을 공급할 방침이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분양가의 20~40%를 지불해 우선 소유 지분을 취득하고, 나머지 지분은 20년 혹은 30년에 걸쳐 저축하듯이 나눠 내 주택을 쥐득하는 방식이다.

시에 따르면 입주 전에 분양대금을 완납해야 하는 기존 공공분양 방식에 비해 초기 자금 부담이 적어 자산축적 기회가 적은 3040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는 공공분양 소득기준을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방안을 고려해 소폭 완화하기로 했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로 완화하는 동시에 자산은 부동산(토지+건물) 합산 2억1550만 원 이하, 자동차 2764만 원 이하 등을 적용할 계획이다. 다만 일부 무주택자를 위해선 순위별 추점도 적용될 수 있다.

시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모델을 '공공분양모델'과 '임대후 분양모델'로 구분했다. 공공분양모델의 경우 신혼부부를 비롯한 3040 무주택 실수요자들을 대상이며, 토지나 건물 일체의 지분일부를 분양 받은 뒤 20~30년간 분할 취득하게 된다. 임대후 분양모델은 우선 8년 임대 후 12~22년간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방식으로, 최초 임대공급시점에 8년 후 분양전환가격을 사전 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공분양모델(위쪽)과 임대후 분양모델 개요. (사진제공=서울시)
공공분양모델(위쪽)과 임대후 분양모델 개요. (사진제공=서울시)

또 시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운영기간을 분양가를 기준으로 구분했다. 분양가 기준으로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의 경우 30년형을 기본으로 하고, 9억 원 이하일 경우엔 수분양자가 20년 또는 30년형을 선택하도록 할 예정이다.

예컨대 SH에서 공공분양으로 공급한 분양가 5억 원의 마곡 9단지 주택을 지분적립형으로 분양받을 경우 먼저 분양가의 25%인 1억2500만 원을 내면 일단 본인 소유의 집이 되고, 나머지 75%는 4년마다 15%씩 총 20년 동안 약 7500만 원을 추가 납입하면 된다. 만약 20년 혹은 30년의 운영기간 동안에도 공공지분을 모두 취득하지 못한다면 행복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지분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초기에 납입했던 보증금을 돌려받아 지분 취득에 보탤 수 있고, 임대료도 점점 낮아지게 된다. 마곡 9단지와 유사한 지역의 행복주택 공급사례를 기준으로 보면 최초 입주 시 내야 하는 임대료는 보증금 1억, 월임대료 14만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결국 지분취득과 임대료를 합산해보면 수분양자가 부담해야 하는 실제 금액이 산출된다. 입주시점에는 지분 취득비용과 임대보증금을 합해 2억2500만 원을 내야 하고, 이후 추가 지분 취득 시 임대보증금을 돌려받는 금액을 공제하면 20년 동안의 지분 15% 취득 비용은 4년마다 약 6000만 원 내외(연평균 1500만 원)로 줄어든다. 

지분적립형 모델을 통해 분양 받은 주택 또한 전매 제한이 종료되면 처분할 수 있다. 제3자에게 주택 전체를 시가로 매각할 경우 처분시점의 지분 비율로 처분가를 공공과 나눠가지게 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서울시와 SH공사가 새롭게 도입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3040 주택 실수요자에게 내집 마련의 희망이 되고 민간에도 확산돼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구입하고 장기 보유하는 사례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분양모델의 표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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