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8.05 14:30

기상청 "이상 기후 빈발해 정확한 예측 어렵다"

5일 오후 2시 10분 기준 한반도 강수 예측(왼쪽)과 위성 지도. (사진=기상청 날씨누리)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연일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 '역대급 폭염'을 예고했던 기상청의 오보에 대한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월 기상청이 내놓은 3개월(6~8월) 날씨 전망에는 올여름 기온이 평년 기온인 23.6도보다 0.5~1.5도, 작년(24.1도)보다는 0.5~1도가량 높아 매우 무더울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올여름 폭염 일수도 20~25일, 열대야 일수도 12~17일로 평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상청의 예보와 다르게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약 22도 수준으로 오히려 평년 대비 1~2도 낮았다.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도 각각 3.9일, 2.3일로 평년보다 적었다.

기상청은 장기예보뿐만 아니라 당장 하루 뒤 날씨 예측도 틀렸다. 지난 4일 기상청은 5일까지 수도권과 서해5도에서는 100~300㎜,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500㎜ 이상의 폭우가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근 시간대인 5일 오전 6시 10분까지도 이날까지 서울·경기도·강원영서에서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50~100㎜(일부 지역 시간당 12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기상청 관측자료에 따르면 5일 오후 2시 기준 서울 일 강수량은 3.5㎜, 인천 일 강수량은 4.3㎜로 폭우가 예보됐던 수도권 지역에서도 약한 비만이 내렸다. 전국에서 100㎜ 이상의 강수량이 관측된 곳은 강원 속초뿐이었다.

이렇듯 기상청의 오보가 이어지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슈퍼컴퓨터는 왜 사달라고 했나", "일단 비 올 거라고 던지고 보는 건가", "하루 뒤 날씨도 못 맞출 거면 왜 있는건가", "정상적으로 (날씨를) 맞춰야만 월급 줘라"라며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에 대해 불만을 토하고 있다.

네티즌의 비난 내용에도 있듯이 기상청은 날씨 예측을 위해 520억 원 상당으로 알려진 슈퍼컴퓨터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4월엔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10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해 구축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을 도입하기도 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기상청은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이상 기후가 빈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한국형예보모델의 경우 아직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완전한 운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실제로 기상청은 데이터가 많이 모이지 않은 한국형예보모델과 영국형 모델(UM)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이상 기후와 관련해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후변화의 변동성이 커져 정확한 예측을 하는 것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시베리아에서 116년 만에 무더위라는 이상 기후가 나타나 우리나라도 이 영향으로 여름이 무더울 것으로 관측했지만, 오히려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 고온이 장마 전선의 북상을 막아 예상치 못하게 장마가 길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비구름이 남북으로는 좁은데 동서로 길게 형성돼 일반적인 형태의 비구름보다 국지성 호우를 자주 발생시켜 예측이 더욱 어렵다고도 부연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 10분 통보문에서 현재 경기남부·강원도·충북·전북에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20~40㎜의 비가 오는 곳이 있고, 경기도·강원도·충청도·전라도에서는 강한 비가 오는 곳이 있겠으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후 1시 30분 기준 광주와 전남 일부 지역에서는 호우주의보가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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