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8.05 17:11

"걸레 같은 X"이란 대사로부터 논란 시작

가디언 테일즈. (이미지제공=카카오게임즈)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가디언 테일즈'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 논란은 가디언 테일즈가 지난 30일 '기사, 학교에 가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가디언 테일즈는 미국 콩 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하는 게임이다. 카카오게임즈에 따르면 국내 버전은 영어판에서 먼저 공개된 버전을 한국어로 옮겨온다. '기사, 학교에 가다' 이벤트 내용도 영어판을 한국어판으로 옮겨온 내용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이 안에서 한 캐릭터가 뱉은 대사에 있다. 이 캐릭터는 영어판에서 'You Whore(성매매 여성)'이라는 대사를 한다. 이 대사는 한국어판에서 '…이 걸레 X이…!'로 번역됐다. 

이를 두고 공식 카페 등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다", "12세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다" 등 지적이 나왔다. 이에 운영진은 지난 2일 이 대사를 '…망할 광대 같은 게…!'로 수정했다. 

◆ 논란 잠재우려 한 대사 수정이 오히려 논란 키워

논란을 일으킨 '가디언 테일즈' 내 대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하지만 이 수정은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우는 불씨가 됐다. 이용자들이 반발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잠수함 패치' 논란이다. 잠수함 패치란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개발진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패치를 뜻하는 말이다. 

대부분 게임은 패치 진행 전에 변화 내용을 이용자에게 간단하게라도 공지한다. 패치는 게임의 승패나 캐릭터의 강력함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게임 패치 내용을 확인하고 플레이 방향을 수정한다. 따라서 이 '잠수함 패치'는 게임 이용자들에게 큰 비판을 받는 행위로 통한다. 

가디언 테일즈 운영진은 이날 오전 10시쯤 문자열 수정 패치를 진행했다고 공지문을 통해 전했다. 이 공지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올라왔다. 안 그래도 잠수함 패치에 예민한 게임 이용자들은 패치 후 서버 불안정 때문에 공지를 올렸다며 크게 반발했다. 일부 이용자는 다른 이용자 요구에는 대처가 이보다 더 늦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카카오게임즈는 2일 오후 5시경 공지문을 올려 이를 다시금 입장을 발표했다. 공지문에서는 "금일 진행된 패치는 문자열만 수정하는 간단한 내용으로 별도 서버 점검이 필요 없는 무점검 패치였기에 패치 진행과 동시에 수정되는 내용에 대한 공지가 진행됐다. 다만 무점검 패치가 진행된 이후 예기치 못하게 접속 불안정 현상이 발생했다"며 "전적으로 저희 잘못인 만큼 불편을 겪으신 모든 이용자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두 번째 논란은 단어 선택에서 나왔다. 이용자들은 어떻게 'Whore'이란 단어를 '광대'로 바꿨냐고 지적했다.

Whore은 영어사전에서 '매춘부, 음탕한 여자' 등으로 번역된다. 광대란 말과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인다. 

몇몇 게이머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광대'가 남성 혐오 커뮤니티에서 남성들을 비하하기 위해 쓰이는 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지난해 나온 영화 '조커' 주인공의 직업이 '광대'고 최근 이 '광대(조커)'의 모습을 일부 남성들과 비교해 비꼬는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견이다. 여기에 여성 단체들이 꾸준히 지적한 몇몇 용어들의 사용을 금지한 금칙어 문제도 불거졌다. 

이 논란은 게임 업계에서 일어났던 '페미 사냥'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였다. 일부 이용자들은 커뮤니티에서 "카카오게임즈 내에 남성 혐오주의자가 있다"며 "이를 색출해 내쫓아야 한다"는 의견을 펼쳤다. 

게임 업계에서는 지난 2016년 여성 중심 커뮤니티를 후원한 게임 성우가 교체된 이후, 이처럼 페미니즘에 동의한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를 당하는 근로자들이 생겨났다. 이처럼 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근로자들을 색출하고 해고하는 행위는 '페미(니스트) 사냥'이라 불렸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일 "게임 업계 내 여성 혐오 및 차별적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문체부, 콘진원 등에 이 의견을 전하며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라고 해도 소비자의 요구가 인권, 정의와 같은 기본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 요구를 무시하거나 소비자를 설득, 제재하는 것이 책임 있는 기업의 모습일 것이다"라며 "게임산업은 종사자 성별 비율에서 남성이 월등히 높은 이른바 남초산업이고 게임 문화 속에서는 성별 고정관념, 여성 신체의 성적 도구화 문제가 나타나고 있을 뿐 아니라 성희롱이나 성차별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에 따르면 2016년 이후 게임업계에서 여성인권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여성 노동자는 최소 14명에 달한다. 실제 이번 논란에서도 애초에 '걸레 같은 X'이란 차별적 대사가 게임에 들어갔고 필터링 없이 등장했다는 것도 게임 업계에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면을 보여준 일례라는 지적도 있다. 

◆ '실무진 교체, 대사 재수정'에도 평점, 매출 순위 폭락

이 같은 논란이 심화되자 카카오게임즈는 5일 오전 추가 조치에 대한 안내문을 올렸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 광대같은게'라는 대사는 '이 나쁜X이' 라는 대사로 대체된다. 일부 단어를 금칙어 해지 대상에 포함하는 대책도 나왔다.

카카오게임즈의 '가디언 테일즈' 논란 관련 안내문. (사진=가디언 테일즈 공식카페 갈무리)

이시우 가디언 테일즈 사업본부장은 안내문에서 "담당자들이 특정 단체에 관심이 없고 소속돼 있지 않으므로 해당 단체가 쓰는 새로운 비하 용어들을 따라잡기 어렵다. 따라서 안전을 위해 제보나 건의가 온 단어들은 필터링에 단순히 추가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단어가 추가됐다"며 "걸레X의 변경 이유는 단순 비속어, 욕설이었다. '광대'는 가디언 테일즈가 불필요한 화제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안전한 단어를 선택하려다 저지른 실수다"라고 전했다.

이어 "해당 결정을 한 직원들 중 특정 단체 소속이거나 특정 단체에 편향된 직원은 한 명도 없음을 말씀드린다"면서도 "다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미 현재 실무진들은 여러분의 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고 판단해 새로운 담당자들로 변경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후속 조치에도 '가디언 테일즈'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 직전 4.9점(만점 5점)에 달하던 가디언 테일즈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5일 기준 1.8점까지 떨어졌다. 매출 순위도 구글 플레이 기준 5위권에서 이날 7위까지 떨어졌다. 애플 앱스토어는 지난 1일 9위에서 4일 24위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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