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8.05 18:05

노원·마포, 과천 의원·단체장 일제 반발…통합당 "전 국민 '민주당판 님비' '졸속대책' 목격"

부동산 시장 호황에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자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마련을 앞당길 가능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스웍스DB>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제공=뉴스웍스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정부가 지난 4일 수도권 주택공급물량 확대 방안을 발표한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구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특히 주택 공급 예정지가 포함된 서울 마포구와 노원구를 중심으로 "상의 한 번 없이 정부가 무턱대고 발표했다"며 반발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은 정부여당이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내놓은 대책을 놓고 여당 의원과 소속 단체장이 우리 동네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마포·노원 구청장, 마포·노원 지역 시의원 일제히 '반대'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4일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2028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총 13만2000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에 1만 가구, 마포구는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 미매각 부지에 2000가구를 비롯해 총 6200가구, 과천시는 정부청사 유휴부지에 임대주택 4000가구 등이 포함됐다.

서울 마포구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포함된 상암동 신규택지 개발과 공공기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계획에 반대한다"며 "해당 계획에서 마포구에 대한 주택 계획은 제외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신규주택 공급을 늘려야 하는 정부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상암동 유휴부지를 활용하겠다는 것은 도시발전에 대한 고려 없이 마포를 주택공급 수단으로 생각하는 무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유 구청장은 "미래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에 사용해야 할 부지까지 주택으로 개발하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마포구와 단 한 차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남 집값 잡겠다고 마포구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마포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기덕 서울시의회 의원은 5일 "마포구는 임대주택 비율이 47%에 이르는데 상암동에 6200세대를 더 짓게 되면 임대주택 타운이 된다"며 "주민정서와 맞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김기덕 시의원은 상암동을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로 만들겠다는 서울시 계획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원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시의원들 역시 "단순 아파트 건설만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이 4일 내놓은 조건부 찬성론과 비슷한 논지였다. 오 구청장은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을 찬성하지만, 저밀도 개발을 하고 50%는 공원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생환 서울시의회 의원은 "노원구에 가장 많은 것이 아파트로 태릉골프장을 아파트만으로 개발하면 노원구의 주거환경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구청장의 요구대로 골프장 절반은 공원화를 하고, 공공주택 건립에 따른 교통대책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서울시의회 의원도 "단순 아파트 개발은 반대"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태릉골프장은 그간 특정 계층만 이용이 가능했던 곳으로 노원구민은 단 한 번도 녹지시설을 이용할 기회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간도 아파트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 임대주택과 고품질의 아파트가 뒤섞여 있는 형태로 개발하되 골프장 부지의 절반은 공원화를 통해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지훈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지훈 기자)

민주당 단일대오 무너져…중진급 의원들도 공개적 성토

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은 4일 대책 발표 후 브리핑을 열어 "과천시민이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청사 유휴부지에 4,000가구의 대규모 공동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시민과 시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주는 일"이라며 반대했다.

특히 주요 현안마다 정부와 단일대오를 굳건하게 형성해왔던 민주당에서도 당내 중진급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과천·의왕을 지역구로 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과천의 숨통인 청사 일대 공간을 주택공급으로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을 지역구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임대비율 47%인 상암동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정 의원은 "(정부 대책을) 주민들의 항의 목소리를 듣고 기사를 통해서 알았다"며 "마포구청장도 나도 아무것도 모른 채 발표됐다.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단 한마디 사전협의 없이 이렇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게 어디 있느냐"면서 "이런 방식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어 “곧 마포구청도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장의 반대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대책을 고민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우원식, 김성환 의원 등도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가 지역구 내 육사 태릉골프장을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우 의원과 김 의원 등은 각각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항의했다.

이들은 "1만 가구 고밀도 개발에 반대한다"면서 "주민 친화적 개발이 전제되지 않는 계획 추진은 노원구민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이 이용 가능한 공원녹지 조성, 교통 정체에 대한 대책, 관련 일자리를 창출 해야 한다"면서 "요구 사항이 반영된 후속조치를 마련할 것을 국토교통부를 포함, 정부 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사이에서는 당정과 엇박자를 내는 일부 의원들의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5일 기자들과 만나 "공공주택을 늘려야한다고 말하면서 내 지역은 안 된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조 의장은 "공공주택을 만들더라도 층수를 다양화하고, 주거여건을 좋게 해야한다는 건설적인 제안은 오케이"라며 "그런데 일단 공공주택은 안 된다, 내 지역은 안 된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통합당 "정부 공급대책은 졸속배준영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 (사진=YTN 뉴스 캡처)
배준영 미래통합당 원내대변인. (사진=YTN 뉴스 캡처)

통합당 '내로남불' 비판…"국민들 님비현상 목격"

통합당은 이 같은 여권 내부 반응에 대해 '양두구육(羊頭狗肉), 내로남불, 님비현상' 이라고 비난했다.

최형두 통합당 원내대변인 5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뒤늦게 주택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공동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하니, 서민을 위한다는 민주당 의원과 단체장들이 '우리 동네는 안 된다'고 일제히 반대했다"며 "이는 '양두구육(羊頭狗肉·겉은 그럴 듯하나 속은 그렇지 못함)이요,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공급 물량이 더 많다고 여당에서 주장하는데, 정작 세금폭탄으로도 집값 못 잡은 정부가 뒤늦게 공급대책을 내놓는다고 야단"이라며 "문 정부 들어 주택 물량이 증가한 것은 그나마 (이전)박근혜 정부 때 각종 규제를 풀며 공급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집의 노예에서 벗어났다는 자화자찬 하루만에 벌어지는 민주당판 '님비(NIMBY·내 지역에 혐오시설·위험시설은 안 된다는 뜻)'를 국민이 목격하고 있다"며 "서민을 위한다더니, 내 집앞 서민주택은 '결사반대'하는 웃지못할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친문 민주당 의원에게 마저 통보 못할 사연이 있었는가"라고 반문한 뒤, "여론에 쫓겨 '공급'이라고 내놓은 23번째 대책마저도 진정성 없는 급조의 흔적이 역력하다. 애당초 문재인 정부 마음속에 서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배준영 통합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무엇보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다"면서 "이번 대책마저도 사전협의없이 졸속으로 추진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서울시와 과천시의 반박, '상암동에 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느냐'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매번 속도전에만 매몰되어 고민 없이 즉석요리 만들 듯 대책을 내놓고, 여당은 입법독주로 몰아붙이니 여기저기서 잡음이 발생하고 국민의 정책 신뢰도가 추락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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