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8.06 11:44

연세암센터 조병철·임선민 교수 "종양 억제효과 없어 다른 치료법 선택해야"

왼쪽부터 임선민, 표경호, 박채원 교수
임선민(왼쪽부터), 표경호, 박채원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난치성 ALK 양성폐암 환자에선 단독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조병철·임선민 교수(종양내과)와 의생명과학부 표경호·박채원 교수팀은 난치성 ALK 양성폐암에서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메카니즘을 확인해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고 6일 밝혔다.

ALK는 2012년 폐암 유발인자로 처음 보고된 뒤 전체 비소세포폐암의 약 5%를 차지하는 난치암이다. 주로 폐선암이나 비흡연자에서 발생한다. ALK 양성폐암은 약제 내성 돌연변이가 빈번히 발생하는데다 중추신경계 전이가 높다. 보통 표적치료제 사용 후 1~2년 내에 내성이 발생하고, 1차치료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치료약도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ALK 형질전환 마우스모델을 ALK 억제제와 면역항암제(anti-PD-1)를 단독투여군과 병용투여군, 순차적 투여군으로 나눠 약물효과와 부작용, 면역기전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ALK 양성폐암에서 면역항암제 사용은 종양 억제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ALK 억제제 단독 사용시와 면역항암제 병용시 효과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병합요법에선 심각한 간독성이 나타났다.

교수팀은 각 치료군 별로 면역세포와 사이토카인(단백질 면역조절제)의 변화도 확인했다. 이 실험에서도 면역항암제를 투여했을 때 약물작용의 주요기전인 T림프구의 변화가 미미했다. T림프구가 활성화돼야 종양세포를 공격한다는 점에서 면역항암제의 한계를 입증한 것이다.

또 종양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CD8+ T세포 모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면역억제세포(Treg)가 증가했다. Treg는 조절 T세포로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되기 전 상태로 되돌려 면역기능을 억제한다. 세 군 모두 각각의 치료에도 CD8+ T세포 변화 없이 면역억제세포가 증가해 암치료에 별다른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암세포에서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PD-L1이 많이 발현되면서 ALK 종양이 CD8+ 세포에 반응하지 않는 조건이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임 교수는 “ALK 양성폐암 치료를 위해선 세포치료제와 이미 개발된 다양한 면역조절치료제의 조합, 또는 면역항암제 병용치료 옵션 등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10만134명에 이른다. 2015년 7만3671명에서 2016년 7만9729명, 2017년 8만4132명, 2018년 9만2747명으로 증가세다. 비소세포폐암은 모든 폐암 환자 중 80~85%를 차지한다.

이번 연구는 암관련 학술지인 ‘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IF 9.913) 최신호에 실렸다.

면역항암제의 기전과 효과를 보여주는 사진 및 그림.
면역항암제의 기전과 효과를 보여주는 사진 및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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