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8.06 20:05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

“지방간 쯤이야?” 

워낙 지방간 환자가 많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지방간도 때론 죽음으로 가는 서막일 수 있으니 쉽게 여길 질환은 아니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간에 염증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간세포가 섬유화돼 간경변으로 이어진다. 이른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술이 알코올성 지방간의 발병 원인이라면 비알코올성은 당뇨병·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질환이 주범이다. 고지방·고칼로리 식단을 즐기는 서구화된 식생활과 운동부족의 합작품이다. 비만도가 높고, 내장지방이 쌓인 대사증후군 환자,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 역시 지방간을 불러올 수 있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알콜성 지방간과 마찬가지로 지방이 만성적으로 쌓여 생긴다. 보통 간에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5%를 넘으면 지방간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3만1283명인데 반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9만9616명으로 3배가 넘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2015년 2만8368명에서 무려 250%나 증가해 심각성을 보여준다.

지방간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가끔 가벼운 복부 통증이 오기도 하고, 잦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염증을 동반하지 않는 단순 지방간은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서서히 간기능이 저하돼 간세포가 손상된다.

특히 최근 급격히 늘고 있는 비알콜성 지방간염은 예후가 좋지 않아 간섬유화나 간경변증, 심해지면 간암까지 진행할 수 있어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간 섬유화는 간 조직의 손상과 재생이 반복되면서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증상이다. 섬유화 과정이 지속되면 간경변증으로 발전한다. 일단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정상조직으로 되돌릴 방법은 없다. 지방간 환자라면 간세포에 손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지방간이 의심된다면 자각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간을 점검하는 것이 필수다. 일부 환자에선 초음파와 간수치가 정상범위로 나오기도 해 소화기내과 전문의의 진찰과 조직검사가 필요하기도 하다. 검사를 통해 간의 지방침착 정도를 정확히 알고, 동반된 염증이나 섬유화 등을 확인해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증 등 예후를 판단한다.

비알콜성 지방간은 지방간 자체보다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 원인질병을 치료해 지방간 증상을 개선해야 한다. 해당 질병을 치료하면 지방간이 좋아지는 것이다. 이밖에도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시키는 황산화제나 간세포 보호제 등을 투여할 수 있다.

특히 체중 감량 자체가 인슐린 감수성을 좋아지게 하므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을 통한 체중감량과 생활습관 개선이 따라야 한다.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을 개선하고, 적어도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되 근력운동을 통해 근감소증을 막아야 한다. 근육이 줄면 에너지 소비가 떨어져 지방간 위험이 2~4배 증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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