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8.07 10:47

"인종차별 의도 아닌 패러디일 뿐" vs "백인이 눈 찢는 것도 동양인 패러디인가" 네티즌 갑론을박

샘 오취리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처)
샘 오취리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 (사진=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이색적인 졸업사진을 찍는 것으로 매년 화제를 낳는 경기 의정부고에서 올해도 독특한 분장으로 가득한 졸업사진들을 공개한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흑인으로 분장하고 졸업사진을 찍은 것에 대해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의정부고 학생자치회 측은 지난 4일 SNS를 통해 2020 의정부고 졸업사진들을 일부 공개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한 사진에 대해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된 졸업사진은 5명의 학생들이 최근 SNS와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인기를 얻은 이른바 '관짝소년단'의 패러디 사진이다. 

'관짝소년단'은 아프리카 가나의 한 장례식에서 관을 드는 역할을 하는 상여꾼들이 운구 도중 유쾌하게 춤을 추는 영상이 국내에 퍼지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고, 일종의 '밈'이 되기도 했다. 가나에서는 장례식이 유쾌하고 즐거워야 고인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믿어 이러한 전통이 생겨났다.

관짝소년단은 관을 들고 있는 남성들이 유쾌하게 춤을 춘다는 데서 관(짝)과 그룹 '방탄소년단'을 합성해서 만든 용어다.

이 사진 공개 직후에는 올해 많은 인기를 얻은 관짝소년단을 절묘하고 센스 있게 표현했다는 호평이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학생들이 얼굴을 검게 칠하고 흑인 분장을 한 것이 '블랙페이스(black face)'라는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의정부고 학생들의 '관짝소년단' 패러디 졸업사진과 실제 관짝소년단. (사진=의정부고 학생자치회 페이스북/유튜브 캡처)
의정부고 학생들의 '관짝소년단' 패러디 졸업사진과 실제 관짝소년단. (사진=의정부고 학생자치회 페이스북/유튜브 캡처)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가장 문제시되는 서구권에서는 타 인종이 흑인처럼 보이기 위해 피부를 어두운 색으로 칠해 분장하는 것을 블랙페이스라고 부르며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간주한다. 과거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공공연하던 시기에 백인 배우들이 구두약 등으로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입술을 붉고 두껍게 과장하는 등 당시 흑인 노예들을 비하하고 희화화하는 '광대극'을 공연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샘 오취리. (사진=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처)
샘 오취리. (사진=샘 오취리 인스타그램 캡처)

이와 관련해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도 "2020년에 이런 것을 보면 안타깝고 슬프다"며 유감을 표했다.

오취리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논란이 된 졸업사진을 게시하며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제발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문화를 따라하는 것 알겠는데 굳이 얼굴 색칠까지 해야 되나"라며 "한국에서 이런 행동들 없었으면 좋겠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번 의정부고 졸업사진의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네티즌들도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백인이 눈을 찢으면서 동양 문화를 따라한 것이라고 말하면 어떻겠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듯하다"라며 오취리를 옹호했다.

반면 "특종 인종을 희화화한 것과 인물 묘사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 "금발 가발쓰면 백인 인종 차별인가", "아이들이 그런 의도로 한 것도 아닌데 너무 과도한 것 아니냐"며 인종차별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주장도 많다.

또 오취리가 비판글과 함께 자신의 SNS에 학생들의 사진을 그대로 올린 것에 대해 "일반 학생 얼굴을 공인인 본인 인스타(인스타그램)에 박제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의정부고 측은 "관짝소년단 졸업사진은 영상을 패러디한 것 뿐"이라고 강조하며 "인종차별 등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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