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8.08 13:10

1위 배민·2위 요기요 독과점 깨기 위해 쿠팡이츠·위메프오 '착한 수수료' 맹공
나우버스킹 "배달서비스 시험 결과 중단"…공공배달앱·법안 제정 추진, 인하 압박 커져

국내 배달앱.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배달의민족, 요기요, 위메프오, 쿠팡이츠. (사진=각 배달앱 화면 갈무리)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국내 배달앱 시장은 전형적인 독과점 시장이라 할 수 있다.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가 시장의 90% 가량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두 회사는 합병을 앞두고 있다. 요기요 운영사인 독일 업체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의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오랜 기간 3위를 지켜온 배달통은 이미 같은 딜리버리히어로 식구다. 

이처럼 빅2가 이끌던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4월 배달의민족 수수료 이슈로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뒤 거대한 자금력을 지닌 신생 배달앱들이 연달아 공격적인 경영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선두주자는 쿠팡의 '쿠팡이츠'와 위메프의 '위메프오'다. 배달앱 시장 독과점 깨기를 노리는 이들의 시장 진입 전략은 '착한 수수료'다. 

◆쿠팡이츠와 위메프오의 파격 공약…"수수료 거의 안 받아요"

배달의민족은 현재 두 가지 수익 상품을 운영 중이다. 주문 건마다 6.8%를 수수료로 받는 '오픈리스트'와 반경 3㎞ 광고 노출 하나당 월 8만8000원을 받는 정액제 '울트라콜'이다. 점주들은 이 '깃발(3㎞ 내 노출 광고)'을 평균 3개 가량 꽂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울트라콜을 없애고 건당 5.8% 수수료를 받는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전환에 따른 독과점 논란에 이를 결국 없던 일로 되돌렸다.

요기요는 배달의민족보다도 값이 훌쩍 비싸다. 요기요의 중개수수료는 건당 결제금액의 12.5%다.

후발주자들은 이처럼 음식점 '사장님'들의 높은 수수료 부담을 파고든다. 낮은 수수료 정책으로 손해를 감수하고도 가맹점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쿠팡이츠는 현재 주문금액에 상관없이 수수료를 건당 1000원만 받는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4개월 째부터는 다른 배달앱보다 높은 15% 수수료를 받는다고 하지만 프로모션 기간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착한 수수료 외에도 쿠팡이츠는 첫 주문 7000원 할인 쿠폰 지급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음식 위치 공유, 빠른 배달 서비스인 '치타 배달' 같은 색다른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쿠팡이츠는 결국 업계 3위로 올라섰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 6월 안드로이드 OS 기준 월간 이용자 수에서 배달통을 제치고 업계 3위를 기록했다. 오래도록 유지된 배민-요기요-배달통 3강 구도가 깨진 것은 이례적이다.

위메프오는 한 술 더 떠 아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9월 위메프오는 주당 8800원 수준의 서버유지비 요금체계 '공정배달 위메프오'를 내놓을 계획이다. 중개 수수료 없이 서버 유지 비용만 받겠다는 것이다. 입점 업체들은 이 체계와 건당 5%대 중개수수료를 내는 기존 요금체계를 비교해 선택할 수 있다.

배달앱 시장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사회의 수혜를 입었다. 통계청 자료 등에 따르면 모바일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지난해 9조원 대에서 올해 13조원 대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저가 경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독과점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기업 가치가 커질 수 있다. 시장을 오래 보고 가는 후발 주자들의 '치킨 게임'은 뒤를 받치는 쿠팡과 위메프의 존재 덕분에 가능해졌다.

위메프오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점주와 고객 모두에게 '공정배달 위메프오'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이번 요금체계의 목표다"라고 말했다. 손해를 보더라도 사업자와 고객 유치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배달앱에 입점한 가맹점이 많을수록 이용자들은 눈길을 줄 확률이 높다. 낮은 수수료의 '사장님 모시기'가 중요한 이유다. 이어지는 이용자 대상 프로모션도 결국 가맹점 수에서 그 화력이 나온다.

◆카카오, 배달 서비스에 참전? "테스트 단계에서 홀드"

여기에 '4500만 카카오톡 이용자'를 거느린 카카오가 음식배달 서비스에 참전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나우버스킹의 카카오톡 챗봇 주문 서비스. (사진=나우버스킹)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관계사 '나우버스킹'은 최근 음식 배달 서비스 추가를 시도했다. 특히 수수료를 1.5% 수준밖에 받지 않는 '착한 배달'을 앞세웠다는 소식이었다.

나우버스킹은 카카오톡 챗봇 주문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앱 다운로드 없이도 매장 카톡 채널을 통해 음식 주문, 결제, 적립, 호출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최근 나우버스킹은 이 카톡 챗봇 주문에 배달 서비스를 추가하려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시범 사업계획서를 한국 프랜차이즈협회에 전달했고 이것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뉴스웍스 취재에 따르면 나우버스킹은 현재 해당 서비스 확장을 논의 단계로 되돌렸다. 

나우버스킹 측은 "한국 프랜차이즈 협회를 통해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맞다. 지난 6월 테스트 매장 5개를 선정해 배달 서비스를 시도해보고 결정하기로 했다"면서도 "테스트 결과,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아 내부에서 서비스 방향성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하고 있는 단계로 돌아갔다. 서비스는 지금 홀딩 상태라 언제 부활할지는 미지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달 서비스를 다시 시도하더라도 앱을 만들거나 카카오와 공동으로 진행할 확률은 낮다"고 덧붙였다.

이와 별개로 카카오는 현재 '주문하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넘어 등록업체를 늘리는 중이다. 카카오는 커다란 플랫폼 자산을 지닌 만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면 곧바로 강력한 '메기' 역할을 할 전망이다. 

◆ 네이버와 공공 앱 존재도 무시 못 해

또 다른 대형 IT 플랫폼 네이버 역시 아직 본격적인 배달 앱 시장 진출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동네 시장 장보기' 등 언택트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어 언제든 시장 진출 의사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네이버의 '동네 시장 장보기'는 인근 전통시장에서 파는 식재료, 반찬,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2시간 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올 2분기 주문량은 12.5배 늘어났다. 지난 6월만 따지면 지난해보다 15배가 증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달의 민족.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배달의민족)

파격적인 '낮은 수수료'를 앞세운 공공 배달 앱도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4월 배달앱 독과점 이슈에 맞서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3개월이 지나 NHN페이코가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강력한 IT 기술과 결제 시스템 생태계를 가진 업체의 시장 진출이다. 이 배달 앱은 2%대 낮은 중개 수수료가 특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우진 NHN 대표는 "경기도와 컨소시엄 구성으로 연내 공공 배달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서울시는 이미 중개수수료를 2%만 받는 '제로배달 유니온'을 운영하며 배달앱 '띵똥'과 제휴를 진행 중이다. 군산의 '배달의 명수'나 인천의 '배달 서구'도 서비스 중인 공공 배달앱이다.

당정청이 배달앱 시장 독과점 막기에 나선 것도 경쟁 심화에 영향을 끼칠 확률이 높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7월 31일 국회에서 8차 '을지로 민생현안회의' 열고 배달앱 시장 불공정을 개선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정청은 내년 상반기 수수료, 광고료, 정보독점 등 이슈를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하는 것을 막는 법안을 낼 계획이다. 

법안 발의를 위한 협의체에는 배민과 요기요의 합병을 심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도 끼어 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공정위가 이 결합을 무산시킨다면 배달앱 경쟁은 말 그대로 '무한경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엄중 대처하고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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