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8.08 00:10

상계주공 6단지 58㎡도 4000만원 상승 2.4억 거래…매물 품귀·가격 앙등 지속 전망

서울시 강남구 반포주공1단지 상공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사진=뉴스웍스 DB>
서울시 강남구 반포주공1단지 상공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엔 불이 붙었다. 곳곳에서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와 함께 ‘전세 품귀’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6일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1주(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7% 오르며 5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말 조사 이후 8개월여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최근들어 오름세가 더 가팔라졌다. 

이 같은 전세가격 상승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이끌었다. 강동구(0.31%)는 고덕·강일·상일동 신축 위주로 올랐고, 강남구(0.30%)는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와 학군수요 등으로 높은 상승세가 이어졌다. 송파구와 서초구는 각각 0.30%, 0.28% 상승률을 기록했다.

감정원 부동산통계처 주택통계부 관계자는 “임대차보호법 시행과 저금리 기조, 재건축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전세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역세권 및 학군이 양호한 지역과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임대차법 시행에 강남·북 전세가격 급등…전세 품귀 현상 심화

8일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20층(전용면적 59㎡)은 임대차 2법이 시행된 지난달 31일 8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돼 종전 최고가(8억2000만원)를 경신했다. 같은 날 잠실동 ‘잠실엘스’ 5층(전용 84㎡)은 10억원에 거래됐는데, 전날(30일) 동 면적 15층이 9억3000만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7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또한 이달 1일에는 강남구 대치동 ‘대치 SK 뷰’ 6층(전용 84㎡)이 16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넘어섰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2층(전용 84㎡)도 지난 4일 7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고,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3차’ 17층(전용 141㎡)은 지난 5일 종전 최고가(18억원)와 같은 금액에 거래가 이뤄졌다.

강북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 마포리버웰(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전세 실거래 가격이 8억9000만원이었는데, 현재 호가는 10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또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전용 58㎡)’는 지난 6일 한 달 만에 4000만원 오른 2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동 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 기간을 4년(2년+2년)으로 늘리고, 재계약 때 임대료를 5% 넘게 올리지 못하게 하면서 신규 계약 시 전세 보증금을 최대한 높게 받으려는 임대인들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전세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동시에 ‘품귀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A 관계자는 “7·10 대책 여파로 세금 부담이 생긴 임대인들이 2년 뒤 전세금을 올리는 것보다 매달마다 임대료를 올려 받으려고 한다”며 “이 결과로 전세 매물은 더 줄어들고, 기존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면서 품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은 통계에서도 나타났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7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74.6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6년 4월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가 100을 넘는 경우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 “전세가격 더 오를 것” 전망

전문가들은 향후 전세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임대차법이 본격 시행된 데 이어 저금리, 세부담 강화 등으로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전세시장은 안 없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은 여름 휴가철 비수기 여파로 문의가 다소 줄었지만 전세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불균형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며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등을 포함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된 데다 저금리, 세부담 강화 등으로 월세 전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가격은 오를 것이지만 전세시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전세시장이 없어지고 월세시대가 열리려면 지금 전세금을 받고 있는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모두 돌려줘야 가능하다”면서 “전세금을 자비로 빼서 돌려줄 수 없는 처지의 집주인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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