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8.09 11:56

친문 악플러들에게 "민주주의 양념"이라 비호한 것…세월호 참사로 목숨 잃은 희생자에게 "고맙다"는 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손진석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은 '아니다'라고 판단을 내리게 된 세 가지 계기를 밝혔다.

진 전 교수는 9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에 크게 세 번 뜨악했던 적이 있다"며 '친문(친문재인) 악플러'들의 행태를 "민주주의 양념"이라 비호한 점,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에게 "고맙다"고 한 점, 조국 전 법무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점을 세가지 예로 들었다.

민주당 8·2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도전장을 낸 신동근 의원은 앞서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주변이 문제라고 했던 진중권이 요즘은 문재인 대통령은 철학이 없느니, 심지어 '깡패 정권'이라고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태도가 돌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의 이날 설명은 신 의원의 주장에 대한 답변의 성격이다.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에 대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 계기로 "극렬 지지자들의 행패를 '민주주의를 다채롭게 해주는 양념'이라고 정당화했을 때"라면서도 "그 때만 해도 아직 대깨문(악성 친문 세력)들의 패악질이 막 시작된 시점이라 그냥 넘어갔다"고 떠올렸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 MBN과 가진 인터뷰에서 '18원 후원금, 문자폭탄, 상대 후보 비방 댓글 등은 문 후보 측 지지자 측에서 조직적으로 한 것이 드러났다'는 지적에 대해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세월호 방명록에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적은 것을 봤을 때, '미안하다'는 말의 뜻은 알아듣겠는데, 도대체 '고맙다'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라며 "아직도 그 말의 뜻을 합리적으로 해석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후 첫 일정으로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면서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었다.
 
진 전 교수는 "올초 신년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했을 때,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게 분명해졌다"며 "이것은 주변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문제였던 것으로 그 때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전 교수의 문 대통령을 향한 태도가 '돌변'한 게 아니라, 국민들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세 가지 결정적 계기를 통해 의구심을 품고 '판단'을 거쳐 '확신'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점이 설명됨에 따라 전당대회에서 친문 세력의 표심을 염두에 두고 진 전 교수를 공격했던 신동근 의원은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진 전 교수는 결론에 이르게 된 계기인 문 대통령의 '마음의 빚' 발언과 관련해 "조국의 위선은 그 개인의 위선이 아니라 정권의 위선이자, 민주당의 위선이며, 대통령의 위선이기도 한 것"이라며 "그래서 그를 목숨 걸고 비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각종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조 전 장관에 대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대통령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라며 "그렇다면 대통령은 허수아비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 모두가 물론 측근들의 장난이기도 할 것이지만 동시에 대통령의 뜻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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