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8.10 18:45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형사 변호사는 기자와 직업적 성격 유사…판사 이해시키는 게 핵심"

김서정 서정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사진=남빛하늘 기자)
김서정 서정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사진=남빛하늘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최근 한 변호사가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담원을 무료 변호해 감형 처분을 받아냈다. 피의자의 가정사는 불우하고 범행 동기는 약한 데 비해 구형 수준은 높아 대가 없는 변호를 자처한 것이다.

이에 반해 믿기 어려운 승소율을 내세우며 수임에 열을 올리거나 전관(前官)임을 강조하며 고액의 성공보수를 요구하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 의뢰인에게 승소 혹은 감형 소식을 안겨주면 다행이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상당하다.

'무료 변호' 사건의 주인공인 김서정 변호사(서정 법률사무소 대표)는 "요즘 보이스피싱, FX마진거래 등 새로운 유형의 형사 사건에 휘말려 형사 전문 변호사를 찾게 되는 의뢰인들이 많다"며 "변호사가 사건을 제대로 검토하기 전에 승소부터 장담하는 경우에는 선임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은 막연한 자신감을 내세우는 변호사보다는 수임할 사건과 관련된 성공 경험이 있는 변호사가 믿을 만하다는 뜻이다. 전관예우 특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강해지면서 변호사의 법정 승소 경력이 더욱 중요시될 전망이다. 

이와관련, 의뢰인의 상황과 처지를 잘 고려하는 변호사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게 김 변호사의 지론이다.

그는 "제가 무료 변론을 맡았던 사건을 보면 의뢰인이 범행에 가담할 수밖에 없던 개인사를 재판장에서 어필한 점이 감형 처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변호사들의 자신감과 별개로 의뢰인들도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털어놔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형사 전문 변호사는 기자와 같죠"

형사 전문 변호사는 수임 직후 공감능력이 중요하고 재판을 풀어가는 과정에서는 기자 정신이 필요하다. 민사 소송은 변호사의 협상력과 법적 논리가 승패를 좌우한다면, 형사 재판의 경우 사건에 관한 심도 높은 이해력, 다양한 사례에 대한 경험이 승소를 이끌 핵심이다.

김 변호사는 "저금리 기조 속에 고수익으로 투자자들을 유혹하는 FX마진거래, 해외 선물옵션투자, 가상화폐 등 신종 불법 유사수신행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최근 이 같은 시장의 동향이나 구체적인 수법들을 파악해두지 않으면 형사 재판에서는 필패"라며 "기자처럼 이슈를 잡아내고 치열하게 파고드는 능력이 떨어지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는 게 형사 변호 영역"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형사 재판장에서는 평소 머리에 새겨둔 법조문을 술술 풀어내도 의미가 없다. 그런 식으로는 판사에게 1분마다 환율이 바뀌는 외환거래의 쟁점을 이해시킬 수 없다"며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기사가 좋은 기사이듯이, 어려운 사건을 쉽게 풀어 판사를 이해하게 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변호사가 훌륭한 변호사"고 말했다.

◆배임·횡령 등 늘어나는 기업형사…전문가는 여전히 부족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사모펀드다. 해외금리 연계형 'DLF(파생결합펀드)'로 시작된 사모펀드 사태는 '라임'으로 바턴을 넘겼고 현재는 '옵티머스'가 이어받은 상태다. 이 같은 사건의 불완전 판매, 환매중단 이슈에 얽힌 관련자들은 사기나 배임 및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 관련 송사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권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의 임직원들에게도 기업형사 사건은 먼 일이 아닐 수 있다. 도입 가능성이 낮아보였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여당의 4월 총선 압승을 계기로 입법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앞으로 기업형사가 변호사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분야가 될 것임에도 관련 전문가는 많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과거 기업 소속 변호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기업형사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국법제연구원을 거쳐 글로벌 기업에서 쌓은 법무 경험에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쌓아온 역량을 더하면 기업형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 변호사는 "능통한 영어, 지나온 이력과 경험이 이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한 형사 영역에서 보기 드문 여성 변호사이므로 업계에서 굵직한 이력을 남기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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