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8.10 18:17

대법관 1명당 인구수 독일 65만명, 프랑스 58만명…한국 370만명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대법원.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오는 9월로 퇴임 예정인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으로 이흥구(사법연수원 22기)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법관 최종 후보로 오르게 됐다. 다시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오판남(50대 고위법관 남성) 일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기 만료로 퇴임 예정인 권순일(사법연수원 14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이흥구(22기)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임명해줄 것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이흥구 판사는 서울대 출신으로, 1993년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후 약 27년 동안 부산지역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 국가보안법 위반자 충 최초로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력이 있고, 추후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

이로써 현재의 대법관 구성인 남성 11명, 여성 3명(전체 14명) 성비가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높아졌다.

역대 대법관의 성비를 되돌아보면 전체 137명 가운데 여성은 단 4명 뿐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여성 대법관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아졌지만 추가적인 변화는 없었다.

엘리트·순혈주의 여전

대법원은 지난 23일 대법관 후보 30명 가운데 법관 후보자 3명을 선정해 발표했을 때도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당시 선정된 후보자 모두 '서울대·오십대·남성'에 해당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엘리트주의, 순혈주의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대법원 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국민 천거로 추천된 대법관 후보 30명 중 3명의 법관을 선정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제청 후보로 추천했다.

박경서 추천위 위원장은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과 자질뿐만 아니라 도덕성, 청렴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심사했다"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및 공정함을 실현할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과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식견을 갖춘 것으로 판단되는 후보들을 추천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김명수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여성이 3명(23%)뿐이기 때문에 전체 법관의 30% 이상이 여성인 점을 감안해 여성 대법관이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로 양승태, 김명수 대법원장 임기(2011. 9. 25 ~ 2020. 7. 27) 동안 재임 대법관 34명 중 남성이 82.3%(28명), 50대 82.3%(28명), 법관 76.4%(26명), 서울대 출신 73.5%(25명)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대법관 후보로 오른 235명 중에서는 남성이 91.9%, 50대가 75.7%, 법관 80%, 서울대 73.1%였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 '법원조직법' 발의…다양한 대법관들이 다수 배출돼야

국회에서도 대법관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지난 3일 관련 내용을 반영해 '법원조직법'을 발의했다.  '오판남 서오남 방지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은 현재 14명뿐인 대법관 수를 48명으로 늘리자는 게 골자다. 

대법관 증원해서 상고심(3심)의 질을 높이고, 대법관의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응하자는 취지다.

이 의원은 "2018년 기준 대법원에 접수되는 본안사건은 4만 7979건이고, 대법관 1인당 처리 건수는 4009건에 이를 정도로 업무가 과다한 상황"이라며 "최근 일부 법관들의 판결은 국민 의식 수준과 동떨어져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는 법원의 폐쇄성과 승진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법관 1명당 인구수는 독일 65만명, 프랑스 58만명, 스페인 55만명 정도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포함하더라도 370만명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와 같은 업무 과중 상황으로 인해 일반적으로 이른바 '오판남' 이 아니면 대법관 후보자 추천을 꺼려해 결국 대법관은 '그들(고위법관)만의 리그'가 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손정우 판결에서 보듯 법관들의 일부 판결이 앞서가는 국민들의 의식수준과 세계적 추세에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는 법원의 폐쇄성과 승진구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법원도 다른 나라처럼 비혼여성 대법관, 청년변호사 출신 대법관 등 직업적·사회적 배경이 다양한 대법관들이 다수 배출되어야 국민들의 의식이 성숙해가는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지위, 세대, 성별 등에 따른 다양한 가치가 토론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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