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8.10 18:15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사상 최장의 장마로 산과 제방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홍수로 잠긴 집과 논, 밭, 비닐하우스는 부지기수다. 이미 40명이 넘게 사망·실종됐고 이재민도 7000명이 넘게 발생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48년 만에 3번의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집행된 가운데 폭우 복구를 위한 4차 추경 편성이 불가피해졌다.

그간 3차에 걸친 추경 투입으로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불구하고 국내 경제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반기부터는 상반기 부진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상황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됐다.

안타깝게도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가 경기 회복흐름의 물줄기를 단숨에 바꿔버릴 변수가 됐다. 특히 여름휴가의 절정 기간 동안 폭우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기대한 내수회복 효과도 현저히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른 경기 증진 효과도 기대만큼 발생할지 의문이다. 기상청이 "13일 오후부터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밀려와 정체된 장마전선이 활성화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4~16일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10일 예보했기 때문이다. 3일 간 관광지로 놀러갈 계획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권은 공식적으로 4차 추경 언급을 시작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당과 정부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쳐 피해복구를 위해 당정이 할 수 있는 예비비 지출이나 추경편성 등 필요한 제반 사항에 관해 긴급하게 고위 당정협의를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정은 오는 12일쯤 회의를 열어 4차 추경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도 4차 추경에 대해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날 “이번 수해는 기존 재해예산과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명백해진 이상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고 정치권에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며 “순수한 재해 복구와 국민피해 지원을 위한 추경이라면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특별재난지역을 피해 규모에 대응해 확대하고 신속하게 국회를 열어 재난 피해복구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며 “지금은 피해 규모를 본 다음에 판단하자고 한가하게 얘기할 때가 아니라 국민들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이번만큼은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수해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걸 다 충당하려면 추경을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일단 여야가 물에 빠진 국민을 구할 구명줄이 될 수 있는 4차 추경의 필요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오랜만에 국회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도 반갑다.

물론 정부가 4차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면 이견이 시작될 것이다. 추경안에 대한 여야간 조정은 당연히 거쳐야 수순이지만 4차 추경안에 다른 법안 처리를 인질로 삼거나 쓸데없는 기싸움으로 협의가 공전돼서는 안 된다. 앞서 국회 제출 20일이 넘게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한 달 만에 통과한 3차 추경안처럼 늦장 의결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의 지역구 복구 예산 많이 끌어오기와 같은 개개인 치적 쌓기의 장이 돼서도 곤란하다. 피해 지역 주민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는 따뜻하고 상식적인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제 태풍이 잇따라 북상하는 시기가 왔다. 이미 피해를 입은 곳은 최대한 빨리 복구하고 더 이상 추가피해가 없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 국회에 제출해야한다. 국회도 모처럼만에 효율적인 심의를 통해 추경안을 의결,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게 대한민국 정치가 존재하는 당위성을 제발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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