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8.15 08:10

현대硏 "올 장마, 최대 1조 피해"…한은, 27일 성장률 하향 조정 예정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받은 전남 구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받은 전남 구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개선 흐름을 보였던 우리 경제에 50일이 넘게 이어진 사상 최장 장마라는 돌발 악재가 발생했다.

최근 국내 경제는 코로나19 영향에서 다소 벗어나면서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하반기 반등이 기대됐다. KDI는 8월 경제동향을 통해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축소되면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코로나19와 장마 등에 따른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관련 지표의 개선흐름이 이어지고 수출·생산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기재부가 언급한 내수 지표의 개선흐름이 지속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일단 오는 31일이면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기간이 종료된다. 이미 지급된 지원금의 대부분이 사용됐으나 앞으로는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여름휴가철을 맞아 쏟아진 역대급 장마는 내수 회복을 더욱 기대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와 장마가 여름휴가철 내수 진작을 더디게 만든 가운데 정부가 지정한 17일 임시공휴일 효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일 연휴 중 이틀에 걸쳐 막바지 장마가 예보돼 있는 만큼 국민들의 대외활동 위축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방역당국은 3일 연휴 내내 집에서 가족들과 머물라고 요청한 상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지난 12~13일 근로자 525명을 대상으로 사흘간 연휴계획에 대해 청취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0.0%가 ‘실내휴식·집콕’(20.0%)을 희망하고 있었다. ‘여행·나들이’(12.0%)과 ‘캠핑·호캉스’(5.4%)를 합친 것보다 비중이 높았다.

농산물 가격 급등 등 물가 불안도 우려된다. 장마 시기에는 보통 채소류 물가가 뛰기 마련이다. 실제 7월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4.9%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이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기록적 호우로 인해 13일 기준 2만7932ha 규모의 농경지가 침수‧유실 또는 매몰 피해를 입었다.

농작물은 벼 피해(2만2304ha)가 전체의 80% 수준으로 가장 크다. 이번 호우로 인해 전체 벼 재배면적(73만ha)의 3%가 침수됐다. 기타 밭작물(1802ha), 채소류(1638ha), 인삼 등 특작(698ha) 품목도 피해를 입었다. 또 축사 침수로 인해 한우 400여두, 돼지 6000여두, 가금 183만수 규모의 가축 폐사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액은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여름철 집중호우의 경제적 피해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장마와 같이 호우와 태풍이 동반됐던 2011, 2012년에는 약 1조원 수준의 피해액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1, 2차에 걸쳐 18개 지자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국회에서는 4차 추경 필요성이 거론됐다. 미래통합당 등 야당도 수해추경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다만 당정청은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4차 추경 논의를 일단 유보키로 했다.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이번 장마는 하반기 반등을 꿈꿨던 우리 경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OECD는 지난 11일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치 –1.2%보다 0.4%포인트 높인 –0.8%로 제시했다. 이는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OECD가 올해 성장률을 상향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물론 OECD의 이번 전망치는 호우피해가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하면서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이번 호우 피해가 얼마만큼 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줄 지 예상하느라 한은도 분주해졌다.

한은은 지난 5월 –0.2%로 제시한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16일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가 7월에도 가속화되면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우리나라 수출이 3분기 이후 다소 나아지겠으나 5월에 제시한 성장률 전망에 대한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5월 워스트 시나리오상 제시했던 –1.8%까지는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만큼 시장에서는 한은이 1% 내외의 역성장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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