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8.20 12:44

추광호 한경연 실장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 마련해 소모적 논쟁 줄여야"

기아자동차 양재사옥. (사진=기아차 홈페이지)
기아자동차 양재사옥. (사진=기아차 홈페이지)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상여금과 식대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면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1조원대 규모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기아차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받은 정기 상여금 등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1심에서는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일비 일부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노조가 청구한 금액인 1조926억원의 38% 정도에 해당하는 4223억원의 미지급분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에서는 1심이 통상임금으로 본 중식비와 가족 수당만 통상임금에서 제외했을 뿐 1심 판단을 대부분 유지했다.

회사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면서 상고를 기각했다.

쟁점은 대법원이 기아자동차의 중대한 경영사 어려움에 대한 신의성실원칙(신의칙)을 인정할 지 여부였다. 신의칙이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식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민법상의 원칙이다.

재판부는 쟁점이 된 신의칙 주장에 대해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의 1·2심에는 2만7000여명의 노동자가 소송에 참여했지만 2심 판결 뒤 노사가 통상임금 지급에 합의하면서 대부분 소가 취하됐다. 상고심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노조원 3000여명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한편,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인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가경제 위기,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산업경쟁력이 악화된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로 예측치 못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어 "신의칙을 적용할 수 있는 기업경영 어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산업계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추 실장은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임금 논란의 본질이 입법 미비에 있는 만큼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소모적인 논쟁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