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훈기자
  • 입력 2016.04.05 18:35

정부, 식용곤충산업 2020년까지 5000억 규모로 확대
'혐오감 없는 곤충요리' 개발·
상용화 관건

지난해 8월 농촌진흥청이 식용곤충을 요리한 요리시식회를 열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영화 <설국열차>에서 충격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바로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블록의 정체였다. 정제한 형태지만 벌레를 먹었다는 사실에 영화 속 주인공은 물론 영화를 본 사람들도 놀라워했다. 이제 영화에서처럼 벌레가 식량이 되는 날이 머지 않을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제2차 곤충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현재 3000억원에 달하는 곤충산업의 규모를 오는 2020년까지 5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곤충 사육농가도 1200가구까지 늘리기로 했다.

2020년 38조 원으로 예상되는 곤충자원의 세계시장 규모에 맞춰 국내 곤충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곤충 식품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 연간 최대 1700억원대 ‘곤충 식품’ 시장이 새로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식용곤충산업에는 아직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곤충에 대한 혐오감이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봤던 바퀴벌레 이미지, TV에 나오는 곤충 원형 그대로 요리한 음식 등 식용곤충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도 "식용곤충에 대한 소비자들의 혐오감이 곤충을 주요 단백질원으로 받아들이는 데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엑소(EXO)'는 귀뚜라미 단백질 바로 카카오, 블루베리, 사과계피, 땅콩 버터와 젤리 등 다양한 맛으로 판매 중이다. 미국의 식품벤처기업들은 단백질 바 외에도 통조림, 시리얼, 술 등 다양한 곤충 식품을 출시해 유통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곤충을 액상화, 분말화해 요리하는 등 '혐오감 없는 곤충요리'를 개발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농림식품부에서 주최한 '곤충요리 경연대회'다. 농촌진흥청에서 독성이 없다고 판단한 6가지 곤충을 이용해 매년 15명의 본선 참가자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시작된 이 대회는 다양한 곤충 요리 레시피를 개발하고 곤충에 대한 국민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식용곤충을 재료로 환자식이나 어린이 간식용으로 푸딩, 팝콘, 약과 등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식품의 제조·가공·조리에 사용할 수 있는 식용 곤충은 누에번데기, 흰점박이꽃무지유충(굼벵이), 장수풍뎅이유충 등 7종이다. 

곤충을 이용해 화장품을 만들고 여드름이나 아토피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2009년에는 누에고치를 이용한 고막용 실크패치, 2014년에는 치과용 차폐막 등이 개발됐다. 귀뚜라미 성분으로 탈모예방, 발모촉진제도 개발 중이다.

식용곤충 관련업계 관계자는 “역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곤충을) 입속으로 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며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돌입한 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 크리켓 바 '차풀', 귀뚜라미 단백질 바 '엑소'. <사진=차풀, 엑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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