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8.29 07:30

내후년 서울 분양 아파트 1.3만여 가구, 올해 입주물량 30% 불과…전셋값 상승 부추길 듯

서울의 아파트.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의 아파트. (사진=남빛하늘 기자)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1억8000만원짜리 신축 빌라 전세가 하나 있었는데 나오자마자 계약됐어요. 그 이후엔 매물이 씨가 말랐습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없어요.”

지난 28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요즘 전세 매물이 얼마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B씨는 “정부의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집주인들이 기존에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보증금을 올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전세를 원하는 수요는 많아지는데 매물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철이 되면 전셋값은 분명히 더 오를 것”이라고 단언했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둔 가운데 서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2019년 7월 이후 61주 연속 상승했고, 평균값은 5억원을 돌파했다. 여기에 가을 이사철까지 맞물리면 ‘전세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61주 연속 상승…평균가 2011년 이후 첫 ‘5억’ 돌파

지난 27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4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1% 올랐다. 전주(0.12%)와 비교해 0.01% 하락했지만 61주 연속 상승세다.

이러한 가격 오름세는 강남4구의 정비사업 이주수요 영향이 있거나 정주환경이 양호한 단지가 이끌었다. 이 중 강동구가 0.18%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였고 서초구와 송파구는 0.16%, 강남구는 0.15% 상승했다.

강북권에서는 성북구(0.16%)가 길음뉴타운과 종암동 구축 위주로, 마포구(0.15%)는 정주환경이 양호한 공덕‧창전‧아현동 주요 단지 위주로 올랐다. 은평구와 성동구도 신축 단지 위주로 각각 0.13%, 0.09%의 상승률을 보였다.

감정원 부동산통계처 주택통계부 측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거주요건 강화 등으로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역세권이나 교육환경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처음으로 5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6일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발표한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1011만원을 기록해 전달(4억9922만원) 대비 2.2% 올랐다. 서울 평균 전셋값이 5억원을 넘은 것은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내년 서울 아파트 분양물량 2.3만 가구, 내후년 1.3만 가구 '격감'

전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전세 물량은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의 잇단 규제 여파로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임대차 3법과 재건축 조합 2년 실거주 의무 영향 등으로 전세 매물이 귀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울 지역 전세수급지수는 전주(189.6)보다 0.5 오른 190.1을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0~200까지)가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200에 가까울수록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드는 것 또한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2021년 서울에서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총 2만3217 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55.1%)에 불과하다. 2022년엔 1만3000여 가구까지 물량이 줄어든다.

한편 전세 대란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감정원에 따르면 8월 4주 경기 아파트 전셋값은 0.22% 올랐다. 특히 교통여건 및 기반시설이 양호한 수원 권선구(0.62%), 용인 기흥구(0.50%)와 정비사업 이주수요 영향이 있는 광명시(0.49%)가 오름세를 주도했다.

◆전문가 “매물 품귀 현상 지속될 시 전세 대란 불가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지속되면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증부 월세 전이현상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는 임차인이 집 보여주기를 꺼려하면서 재계약 중심으로 전세시장이 돌아간 바 있다. 특히나 지금은 임차인의 개약갱신청구권(2년+2년)도 시행 중이어서 재계약이 당분간 트렌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가을 이사철에 진입한 만큼 매물(유통물량) 부족에 기인한 전세난은 더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갭 투자 규제, 아파트 매입 임대사업자 폐지, 분양시장 선호, 임대차 3법 개정 등을 고려했을 때 전세매물 축소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보증부 월세 전이현상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빠른 보증부 월세 전이현상과 전셋값의 4년 단위 급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민간임대 공급 감소분을 공공임대 확대로 간극을 메워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대차시장의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해 임대료 상한제 및 월세이율 상한 위반 사례를 점검 계도하고 임대차분쟁조정위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