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0.26 16:20
SK브로드밴드의 '옴니채널' 공식 블로그

"유통 패러다임 대변혁기에 대응하라" (1)

세계 최대 오프라인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아마존에 백기를 들었다. 지난 7월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넘어서면서 아마존이 회사를 창립한지 21년만에 '유통 공룡' 자리를 꿰차더니 10월 중순에는 아마존 때문에 월마트 시가총액이 하룻밤 사이 10% 증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월마트가 올 회계연도 주당순이익이 소폭 증가할 것이라던 당초 시장 예상과 달리 최대 12%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데 따른 것이다. 아마존에 시장을 빼앗기며 고전해온 월마트가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투자자들이 대거 실망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도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급성장세가 가파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 규모는 45조2,440억원으로 전년보다 17.5% 증가했다. 유통업 맹주인 대형마트 거래액(46조8,090억원)에 거의 근접한 규모로, 올해는 역전이 확실시된다. 특히 이 가운데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14조8,090억원으로 2013년보다 무려 125%나 늘어났다.

그러나 세계 1위로 군림하던 월마트가 영원한 1등일 수는 없는 것처럼 아마존의 성장세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이 비즈니스 세계의 엄혹한 현실이다. 아마존이 온라인의 장점에만 안주하지 않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접목한 옴니채널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옴니채널이란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PC나 모바일 등 여러 쇼핑채널을 통합(Omni)의 관점으로 보고 각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소비자에게 일관성 있는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아마존은 사물인터넷(IoT)과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결합한 ‘대시버튼’을 내놓았다. 사용 중인 제품에 대시 버튼을 부착하고 재구매를 원할 때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주문이 이뤄지고 결제와 배송이 한 번에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이 기술 덕분에 아마존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제치고 소비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아마존은 주문후 배송까지 기다려야 하는 온라인쇼핑의 단점을 보완해 드론이나 자전거로 1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하는 ‘프라임나우(Prime Now)’ 서비스와 당일배송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자료=LG경제연구원

국내 전통 유통 강자들도 월마트 같은 위기에 빠지지 않기 위해 옴니채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하나의 유통채널만 고집하기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보고 온라인에서 구매하거나 온라인에서 보고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등 가장 조건이 유리한 곳에서 쇼핑하는 이른바 ‘옴니 쇼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 유통 및 소비재업체들은 기업 오너들이 직접 나서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며 옴니채널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전략을 밝히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아마존이 롯데의 미래 경쟁 상대”라고 선언했는가 하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의 미래는 아마존과 같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8월말 열린 ‘2015 롯데 마케팅 포럼’행사에서 “복잡한 유통환경 변화에 옴니채널 같은 새로운 유통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직접 옴니채널 소비를 시연했다.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휴대폰 화면(터치스크린)에서 핸드백을 고르고 결제한 뒤 물건을 배송받을 지역을 선택한 것.

신 회장의 드라이브에 맞춰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마트 등 15개 계열사들을 온·오프라인으로 엮어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령 롯데마트는 모바일 앱이나 PC로 상품을 주문한 뒤 매장내 드라이브앤픽 데스크를 방문해 상품을 받는 ‘드라이브 앤 픽 서비스’를 시험 운영한다. 신세계는 올 1월부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등 온라인몰을 통합한 SSG닷컴에서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백화점(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매직 픽업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이를 위해 전용 물류센터도 구축했다.

TV와 PC를 쇼핑채널로 주로 활용해온 홈쇼핑업계도 스마트폰 보급 확대에 따라 모바일까지 동시 활용할 수 있는 옴니채널 구축에 뛰어들었다. CJ오쇼핑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으로 고객 타깃팅을 진행하는 자동 타깃팅 시스템(ATS)를 자체 개발했다. 방송 시간에 맞춰 타깃 고객군에 애플리케이션 푸시 메시지를 자동으로 발송하는 방식이다. GS샵은 2009년부터 TV·인터넷·카탈로그·모바일·T커머스 등 모든 채널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 GS샵을 운영하고 있다. 생방송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다른 채널에서도 주문할 수 있고 최근에는 방송 중에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로 시청자와 상담을 진행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골목마다 위치한 특성상 고객 접점에서 다양한 생활편의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온 편의점도 온오프라인 융합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CU는 배달전문인 스마트폰 ‘부탁해’ 앱과 협약을 맺고 1만원 이상 구매할 경우 최대 40분 이내에 원하는 곳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세븐일레븐은 주요매장에 블루투스 근거리 통신 기술인 비콘(Beacon)을 활용한 위치기반 모바일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GS25는 2+1 마케팅을 통해 덤으로 받은 상품을 모바일 앱에 보관했다가 유효기간 내 전국 GS25 매장에서 찾을 수 있는 ‘뉴 나만의 냉장고’ 앱을 선보였다.

옴니채널에 사활을 건 것은 유통업만이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회장도 올초 신년사에서 “국내 시장에서는 옴니채널 전략을 고도화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이 상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디지털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서울 신촌과 코엑스 등에 선보인 ‘아리따움 옴니스토어’에서는 진열된 상품을 스마트폰 화면에 올려놓으면 상품 설명이 나온다. 매장 내에 장착된 ‘메이크업 미러’는 고객 피부를 측정해 적합한 메이크업 제품을 추천해준다.

9월1일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 패션부문(옛 제일모직 패션부문)도 옴니채널인 ‘SSF(삼성패션)샵’을 최근 론칭했다. 브랜드별로 나뉘어져 있던 온라인 매장을 하나로 모아 전국 350여개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해 어디서든 원하는 의류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PC나 모바일 앱 등으로 SSF샵에 접속하면 지역별 재고수량을 파악해 원하는 매장에서 의류를 받을 수 있으며 반대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원하는 제품 바코드를 촬영해 앱으로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의류업체인 코오롱FNC가 서울 코엑스에 선보인 ‘스마트앤펀’ 매장은 진열된 셔츠를 들면 대형 화면에 상품 정보가 뜨고 모바일 디바이스로 바지 맞춤을 해볼 수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도 한류 기반 상품(K프라덕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션, 화장품 등의 업종은 옴니채널을 활용해 해외 소비자까지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가령 명동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이 한국의 마스크팩을 체험한 후 매장에 준비된 QR코드를 통해 주문하면 귀국하기 전 중국 보세창고에서 제품이 출고돼 중국 집에 도착하는 식이다.

옴니채널은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구도가 아니라 어떻게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발생시키고 구매로 연결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로 소비자에 대한 편의 제공이 최대 핵심이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자상거래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모바일은 TV, PC뿐 아니라 오프라인 상점을 연결하면서 유통업계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며 “옴니채널 전략은 그동안 온라인몰에 밀렸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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