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상근기자
  • 입력 2016.04.06 12:54

중국 베이징 안방보험그룹 본사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에 이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함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들에 대한 중국자본의 공략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앞서 중국 푸싱그룹은 현대증권과 LIG손보를, 시틱그룹은 대우증권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 차이나머니에 빗장 푸는 한국금융

지난해 2월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지분 63.0%를 1조1319억원을 주고 동양생명을 인수하며 중국자본의 국내 금융업계 진출 1호가 됐다.

안방보험그룹은 2004년 설립됐다. 중국 개혁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의 손녀사위인 우샤오후이가 회장이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생보, 손보, 자산운용, 리스 등 10여개 금융계열사를 거느린다. 안방보험의 총자산은 7000억위안(약 124조원)이며 자국내 업계 5위권이다. 고객수 2000만명, 영업점 3000여개이다.

앞서 2014년 6월 대만의 금융회사인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을 3000억원에 인수한 적은 있지만 중국 본토 자본이 진출한 것은 안방그룹이 처음이고 제 2호 M&A를 이번에 성사시켰다.

작년말 기준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의 자산을 더하면 39조2219억원으로 삼성, 한화, 교보, NH농협에 이어 업계 5위 규모이다. 알리안츠와 동양생명이 세계적 큰손으로 통하는 안방그룹을 통해 자산운용측면을 크게 보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리안츠의 경우 100% 지분을 안방그룹이 인수하면서 앞으로 얼마를 투자하고 추가로 어느 정도 자금지원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지만 회사입장에서는 공격적 마케팅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최저보증이율을 업계 최고수준인 2.85%로 설정했다. 업계가 저금리 리스크와 고령화추세로 저축성보험 판매의 비중을 줄이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공격적 행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주인이 바뀌는 알리안츠생명도 공격적 마켓확대와 자산운용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안방그룹의 거침없는 M&A행보

당초 우려와 달리 주인이 바뀐 유안타증권과 동양생명은 일단 순항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인수되던 2014년 1695억원의 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는 583억원의 순익으로 흑자전환했다. 인적,업무적 교류가 아직 활발하지 않지만 일단은 무난한 M&A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동양생명은 안방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트를 통해 채권과 부동산 등 해외투자를 늘리고 국내에서는 일시납 수입보험료 목표를 2조원으로 설정하는 등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 2095억원에 당기순익 1563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안정적 성장세를 보였다.

안방그룹은 최근 몇 년간 거침없는 M&A행보를 펴며 세계적 큰손이 됐다. 뉴욕의 상징인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을 2014년 10월에 19억달러에 인수한 것을 비롯, 벨기에 피베아 보험과 델타로이드은행, 네덜란드 비밧보험사, 미국 피델리티보험을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세계적 호텔기업 스타우드 인수전에 뛰어들어 129억달러를 제안했다가 중도 포기하기도 했다.

■제조에서 부동산개발, 금융까지 전방위 공세

차이나머니의 한국 공략은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계 자금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지난 1월 기준 8조4420억 원이었다. 10조원이 조금 넘는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에는 차이나머니의 공격적 M&A와 직접 투자가 눈에 띄고 있다. 지금까지 엔터테인먼트 업계나 게임업계 지분 참여는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또 아가방 등 제조업체는 물론 제주도와 부산 등지의 부동산개발 사업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다.

5일에는 제주시 한복판에 세워지는 랜드마크 건물 ‘드림타워 카지노 복합리조트’의 시공사로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가 선정되며 시공업계에 대한 본격진출을 알리기도 했다.

중국 자본의 거침없는 글로벌 투자 행보에 우려섞인 시선도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기업 주도의 전세계 M&A규모는 지난해 6412억달러로 전년대비 102% 늘었다.

이같은 중국자본의 기업사냥 자금 대부분이 자국내 은행권 대출 또는 그림자금융 등을 통해 조달되고 있는 것으로 글로벌 IB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대형 M&A를 진행중인 중국기업들이 이미 과도한 부채비율 상황에서 대규모 레버리지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지속된다면 적잖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해외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도 지난달 한 포럼강연에서 중국기업들의 부채비율 과다를 경고하기도 했다.  만약 중국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되고 자본시장이 침체에 빠진다면 중국기업 입장에서는 추가적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수있다. 

이는 그림자금융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중국발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 국내시장에도 결코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자본의 해외공세가 1980년대 호황의 정점에 있던 일본 자본이 해외 부동산 및 기업 M&A에 공을 들이던 때를 연상케 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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