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0.09.02 04:05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감각공해 사각지대 해소 기여…인천 서구청, 44대 도입이후 4년 연속 우수기관 선정"

송희남 에이스엔 대표가 악취 시료 자동 채취 장비 AMS-2000의 작동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이한익·전현건 기자] "CCTV 설치만으로 방범효과가 있듯이 'AMS-2000'으로 악취를 방지할 수 있다."

송희남 에이스엔(ACEN) 대표는 뉴스웍스와 만나 자신이 개발한 자동 악취 채취 시스템 AMS-2000을 소개하며 이같이 자신했다.

지난 2003년 설립된 에이스엔은 환경오염물질의 원인을 파악하는 정밀 측정, 분석 및 진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송 대표는 "공기가 깨끗해지면 숨쉬기가 편해지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일념 아래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며 "오염원인 물질을 정확히 찾아내 보다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난 2017년 개발한 AMS-2000은 24시간 항시 운영될 수 있는 악취 시료 자동 채취 장비로 악취정도, 외부온도, 풍향, 풍속, 시간 등을 기록한다. 

야간·새벽 시간대 관리자가 없을 때 미리 설정된 취기 값 이상의 악취가 발생하면 악취 샘플을 자동 채취하고 앱, SMS 등 알림을 통해 실시간 대응이 가능한 장비다.

환경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악취 관련 민원 수는 지난 2005년 4302건에서 2017년 2만2851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2017년 기준 악취 민원 2만2851건 가운데 66.1%(1만5105건)는 축산시설, 산업단지 등을 포함한 악취배출시설에서 발생했다. 생활악취의 경우 5157건(22.6%)이 발생했으며 원인 불명인 악취 민원은 2589건(11.3%)이었다.

송 대표는 "악취는 순간적이고 국지적인 특성이 있다. 주로 악취 민원이 발생하는 시간은 야간·새벽 시간대"라며 "이러한 악취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무인 악취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악취 시료 자동 채취 장비 AMS-2000. (사진제공=에이스엔)

야간과 새벽시간 발생 악취문제 해결 위해 탄생

무인 악취 채취 시스템의 탄생은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6년 경상도 소재 한 마을에서 악취 민원으로 송 대표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악취로 고생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대책회의를 하던 중 에이스엔 홈페이지를 보고 담당 공무원이 연락해온 것이다.  

송 대표는 “찾아가 보니 담당 공무원들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공무원도 사람이기에 야간과 새벽시간대 발생한 악취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민원을 제기한 지역 주민들은 담당 공무원에게 '아침까지 집에서 같이 자면서 냄새를 맡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이 때 송 대표는 “문자서비스를 활용해 자동으로 시료를 채취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주겠다”고 제안했다. 

무인 악취 채취 시스템은 공무원의 고충과 민원인의 불편함을 반영해 탄생하게 됐다.

송 대표는 "대기오염과 악취 등의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측정하거나 감시할 장비가 부족해 지자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를 해소한 것이 무인악취관리 시스템"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악취 및 유해가스 누출 등 환경오염 사고는 해당 지자체에서 민원신고 접수 후 현장에 방문해 사고원인을 파악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 금방 사라지는 악취 물질의 특성상 출처를 정확히 밝혀내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스엔의 대기환경 통합 관리 시스템은 실시간 악취 채취 제품과 IoT 센서를 활용해 오염 위치, 농도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속한 원인 규명으로 관련 분쟁을 크게 줄이는 등 '감각공해'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감각공해는 악취, 진동, 소음과 같이 감각 기관으로 인지할 수 있는 피해로 생활 활동 밀접해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유발한다.

특히 악취 민원의 경우 환경담당 직원이 활동하기 어려운 야간이나 새벽 시간에 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악취 채취 시스템 AMS-2000을 활용한다면 악취 민원이나 발생 장소를 효율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오염 물질을 찾아내겠다는 송 대표의 줄기찬 노력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가 만든 장비들은 산업단지와 매립지가 몰려있는 인천 서구청을 비롯해 울산, 대전, 여수 등 지역에 지난 5월 기준 총 267대가 도입됐다. 

에이스엔의 악취 모니터링 장비를 지난 1월 기준 44대 사들인 인천 서구청은 환경부가 실시한 배출업소 환경관리 실태평가에서 4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지난 6월 "IoT(사물인터넷) 기반 악취 및 미세먼지 통합관제센터 개소 등 선제적인 행정 지원에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불과 1년 만에 악취 민원 25% 감소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환경부는 에이스엔을 '2020 환경기술개발 우수성과 20선'에 선정하고 지난 7월엔 '악취 원인 분석을 위한 시료 자동채취장치 지원사업'을 최초로 시행하고 지자체 현장 보급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자체 보급과 관련해 환경부는 올해 3차 추경에 30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으며 악취관리지역 등에 악취 시료 자동채취장치 284대를 연말까지 보급하기로 했다.

송희남(왼쪽) 에이스엔 대표가 전현건 기자에게 채취 포집 시스템의 전국 납품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단순 민원 해결 넘어 삶의 질 향상으로 

송 대표는 지난 14년을 회상하며 "악취방지법 개정 전까지는 장비를 보급하는 것이 순탄치 못했다"며 "공무원이 반드시 시료를 직접 채취를 해야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9년 6월 13일 개정된 악취방지법 개정안에 '원격제어가 가능한 시료자동채취장치를 이용하여 시료를 채취하게 할 수 있다'는 문장이 추가되며 장비의 보급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송 대표는 "야간이나 새벽에 대응 못 하는 것을 이제는 원격시료자동채취가 법적 효력을 갖게 되면서 지금보다 수요가 많이 늘 것"이라며 "환경부가 3차 추경 첫 시범사업으로 자동 채취 보급사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 환경부에서 보급지원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자체별로 예산을 편성해 지역 현안이나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수요가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송 대표는 미래 악취 문제를 개선하려면 악취의 원인을 데이터화해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측정 장비들이 많이 보급돼야 한다"며 "데이터들을 통합·관리하고 ICT 기술을 활용해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환경문제나 유해성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스엔이 추구하는 목표는 실시간 악취 기상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미래 IoT 기반의 스마트시티에서 생태환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송 대표는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과 연동해 대기 및 악취 측정자료 통합망 구축으로 효율적인 대기질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환경 공해에서 벗어나 좋은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종 포부라고 밝혔다.

회사명 에이스엔(ACEN)에는 이러한 송 대표의 다짐이 담겨있다. 항상 깨끗한 환경(Always Clean ENvironment)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에이스엔은 깨끗한 공기(Clean Air), 행복한 숨쉬기(Happy Breathing), 건강한 삶(Healthy Living)을 회사의 비전으로 하고 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등산, 싸이클링, 조깅 등 아웃도어 생활을 한다. 하지만 오염이 된 곳에서 활동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악취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 계통에 자극을 주어 두통과 구토, 혈압 상승을 일으킨다"며 "우리가 축적한 통계적인 테이터를 이용해 좋은 환경과 장소를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송희남(오른쪽) 에이스엔 대표가 연구실에서 악취 기상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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