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4.06 14:43

기업 경영 분석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분기를 기준으로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 총액은 710조원가량이다. 2014년에 비해 38조원 가량 늘어난 것으로, 2016년 정부 예산의 1.8배나 된다. 이 가운데 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 5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재계 순위가 높을수록 사내유보금을 많이 갖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사내유보금의 보유 자체는 인정할 수 있으나 그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며 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근로자의 급여인상이나 추가 고용에 쓰도록 강제하거나 혹은 과세를 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과연 그럴까.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 재무성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일본 기업의 사내유보금 총액은 354조3000억엔(약 3316조원)에 달한다.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의 4.6배나 된다.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높다는 비판도 미국·일본·대만·유럽 등과 비교했을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현금성 자산 비중은 평균 9.3%로 미국(23.7%), 일본(21.4%), 대만(22.3%), 유럽(14.8%)에 비해 현저히 낮다. 

주요 글로벌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 현황을 살펴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절대적으로 많다고 단정할 수 없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89조5403억원의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으며, 현대자동차가 63조555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은 모두 20조원 미만이다.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경영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구루포커스(Gurufocus) 등에 따르면 포츈(Fortune)지 기준 1위 글로벌 기업인 월마트의 경우 올해 초 기준으로 약 103조원 규모의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158조원, 영국·네덜란드의 합작 정유회사 로열더치셀은 200조가 넘는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다. 미국의 다국적 석유화학기업 엑슨 모빌은 무려 467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7조 원가량의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교수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세계적인 기업 순위나 위상을 고려하면 사내유보금 규모가 결코 많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사내유보금의 적정 보유 비율에 대해서는 해당 기업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이것을 두고 정부나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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