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9.01 12:07

서울성모병원 강모열 교수팀, 54명 대상 심층 조사

(사진=KBS다큐에서 캡처)
(사진=KBS다큐에서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유병률이 일반인보다 무려 10배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폐지 수거 노인들은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사회구성원이므로 최소한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보호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모열 교수팀(안준호 전공의)은 서울시 강북구 폐지수거 노인을 대상으로 직업적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증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상태를 조사한 결과, 인구집단 대비 높은 질병에 시달리는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9년 폐지수거 노인대상 건강상담 경험이 있는 시민단체 '아름다운생명사랑'와 협력해 54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참여자의 88.33%가 65세 이상 노인이었으며, 대부분 리어카 및 쇼핑 카트 등을 이용해 수거를 하고 있었다.

노인들이 고물상에 가져오는 폐지와 고물의 무게는 44.44%가 50㎏ 이상이었고, 일부 수거 노인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100㎏ 이상을 옮기고 있었다. 수거 업무빈도를 살펴보면 20.37%는 일주일 중 1~2일만 일을 했으나, 48.15%는 매일 수거했다.

연구팀은 폐지수거 노인의 직업적 손상, 근골격계 통증, 우울증 각각에 대한 연령표준화 유병률을 산출하기 위해 일반인구와 일반근로자 인구, 육체노동자 인구 등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조군으로 삼아 비교했다.

직업적 손상에 대한 연령표준화 유병률은 일반 인구대비 약 10.42배, 일반 근로자 인구대비 약 5.04배로 나타났다. 직업적 손상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육체노동자 인구와 비교해도 4.65배 높았다.

근골격계 통증은 대조군과 비교해 어깨, 손목, 무릎, 발목 통증 항목에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허리통증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우울 및 자살 혹은 자해사고도 대조군과 비교해 1.86~4.72배 높았다.

연구팀은 근골격계통증 관련 신체적 부담 및 자세의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해 2명을 대상으로 동영상 촬영을 통해 폐지수거 시 신체 요구량을 측정했다.

측정 결과, 노인들의 칼로리 소모량은 시간당 128.5㎉로 국내 형틀목수 115.2㎉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수거, 운반, 분류, 이동으로 구분한 작업별 자세분석에서는 수거작업이 특히 인간공학적 신체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해 상지, 허리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강모열 교수(왼쪽)와 안준호 전공의.
강모열(왼쪽) 교수와 안준호 전공의.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폐지수집 노인 5명을 심층면접한 결과,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로 파악됐다.

첫째, 고령에 우울증까지 있는 경우, 취업 및 소득활동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비교적 접근이 쉬운 폐지 수거를 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폐지 수거에 대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고, 빈곤으로 인한 자존감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강모열 교수는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 형태로 지원책이 있지만 실질적인 건강과 안전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안전보건교육, 야광스티커와 조끼 지원, 인간공학적 리어카 제공은 물론 기본소득 보장, 사회적 지지망을 통한 정서적 개입 등 구체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8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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