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4.06 14:57
요즘 자동차 등의 타이어 모습이다. 바퀴를 몸체에 단단히 고정시키는 볼트를 볼 수 있다. 이는 예전 동양사회의 수레와 바퀴를 고정시키는 장치였던 轄(할)에 해당한다.

요즘 길거리에 흔한 커피 판매점에서 컵에 꽂아주는 게 스트로우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빨대’인데, 일종의 대롱이다. 가운데가 비어 있어 음료 등을 빨아 먹을 수 있다. 한자로 표현하면 관(管)이다. 나비 등이 꽃으로부터 꿀을 빨아들이는 용수철처럼 말린 부위를 흡관(吸管)으로 적기도 한다.

옛 한자 세계에서 이 글자는 흔히 관현(管絃)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악기, 또는 그를 빌어 연주하는 음악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글자가 지닌 원래의 큰 의미 중 하나는 문을 여는 데 필요한 ‘열쇠’다. 구체적으로는 장관(掌管)이라는 벼슬이 있었는데, 문을 열고 닫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쇠로 잠금장치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가 쓰였다. 그 안에 꽂아서 잠금장치를 푸는 긴 막대기가 관이었다는 설명이다. 그 장치를 손에 쥐고 관리하는 사람이 곧 장관(掌管)이다. 이 낱말은 나중에 다시 ‘무엇인가를 맡아 처리하는 사람’ 또는 그런 행위의 새김을 얻기도 한다.

사람들이 타고 다니던 옛날 수레에도 일찌감치 바퀴가 달렸다. 바퀴라는 물건 자체가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그런 둥그런 모양의 바퀴를 차축(車軸)의 양쪽에 걸어야 수레가 움직인다. 그러나 바퀴에 차축을 고정시키는 데에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했다.

바퀴와 수레를 일체화해야 사람은 수레를 타고 앞을 향해 줄곧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수레와 바퀴를 일체화하는 일은 말만큼 간단치 않았다. 사람들은 결국 그런 장치를 고안해 낸다. 차축 양쪽에 금속으로 만든 덮개를 두른 다음 이를 차축에 뚫은 구멍에 고정시키는 방식이었다. 덮개와 차축에 난 구멍에 단단하면서도 길쭉한 철심(鐵心)을 꽂아 넣어야 했는데, 이 것이 바로 할(轄)이다.

요즘의 자동차로 말하면 차바퀴를 몸체에 단단하게 밀착하도록 만드는 타이어 고정 볼트에 해당할 것이다. 보통은 4개 이상이 들어가 타이어를 차체에 바짝 고정시키도록 만든다. 볼트로 바퀴를 고정시키는 작업이 부실할 경우 주행하는 자동차는 쉽게 사고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투할(投轄)이라는 고사(故事)가 있다. 서한(西漢) 때의 진준(陳遵)이라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술을 좋아했던 그는 손님들이 집에 돌아가 흥이 깨지는 상황을 싫어했다. 그래서 집에 온 손님들의 수레에서 이 할을 뽑아 우물에 던졌다는 것이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손님들은 집에 가지 못하고 그와 어울렸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관과 할이라는 두 종류의 장치를 합쳐 만든 말이 관할(管轄)이다. 행정의 개념으로, 맡은 업무 또는 지역의 범위를 말하는 데 자주 쓰인다. 그러나 원래 관은 ‘열어서 움직이다’는 뜻의 글자다. 그에 비해 할은 ‘멈춰서 고정시키다’는 새김이다. 따라서 둘을 한 데 엮어 읽으면 ‘나아감과 멈춤(行止)’의 뜻이다. 나아갈 때 나아가고, 멈출 때 잘 멈춰야 옳다.

우리사회의 여러 분란은 나아감과 멈춤을 잘 몰라 생기는 경우가 아주 많다.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제대로 가리지 못해 늘 요동치는 정치판이 꼭 그렇다. 이들을 정치판에 세우는 국민이 결국 나서야 한다. 뽑아야 할 사람과 떨어뜨려야 좋을 사람을 잘 가리는 일이 이제 절실하다. 곧 국회의원 선거다. 안정적이면서 합리적인 사회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번 총선에 적극 임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주의 깊게 ‘관할’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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