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4.12 09:36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법인세 인하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경제침체의 원인이 되고 있는 투자위축과 청년일자리 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법인세 인하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일제히 법인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사내유보금 증가율이 높은 대기업을 겨냥하여 탄력적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한다. 동시에 향후 4년간 청년 일자리 71만개를 신규 창출하겠다고 말한다. 법인세 인상은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킨다는 점에서 야권의 주장은 양립불가다.

◆ 너무 높은 우리나라 법인세
OECD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크다. 1위인 노르웨이(8.5%)에 이어 6위(3.4%)다. 총 조세 대비 법인세수 비중 순위는 더 높은 실정이다. 32개 조사 대상 회원국 가운데 3위(14%)를 차지했다. 우리와 실질적 경쟁관계에 있는 경쟁국인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과 비교해도 법인세 부담이 큰 편이다. 홍콩(16.5%)·대만(17.5%)·싱가포르(18%) 모두 법인세율이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경쟁국들은 법인세 인하 경쟁을 시작했다. 자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년 내 법인세 실효세율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핀란드는 1.5%p, 스웨덴은 4.3%p, 덴마크는 1.5%p를 인하한 바 있다. 만약 법인세율을 올린다면 이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추가적 법인세 부담은 한국 경제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해야 할 현(現)시점에 세금증가로 ‘기업 옥죄기’에 나서는 것은 투자위축은 물론, 일자리 감소로까지 이어진다.

◆ 일자리 늘리기 묘약, 법인세 인하
아일랜드는 선진국 최저 수준인 법인 세율을 절반으로 인하할 방침이다. 이미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2.5%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아일랜드의 최저 법인세라는 ‘무기’는 전세계 다국적 기업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구글, 애플,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IT 기업들의 유럽 본사가 아일랜드에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고용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2012년 이후 지금까지 12만5000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 창출이 그 방증이다.

생산거점을 옮기려는 자본에게 낮은 세금은 필수적인 투자조건이다. 우리 기업이 미국이나 중국에 투자할 때, 장기적인 세금감면을 꼭 따지는 이유도 낮은 세금이 자본의 투자수익률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낮은 세율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좋은 선택인 셈이다.

우리나라와 실질적인 경쟁관계를 갖는 국가들을 고려했을 때, 우리의 법인세율을 15%이하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2차례 법인세 인하를 추진했다. 5년간 25%에서 20%로 두 차례에 걸쳐 총 5%p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2009년(22%) 단 한차례만 인하했다. 반시장적인 정치세력에 의해 두 번째 인하가 저지된 것이다. 사실 20%까지 인하하겠다는 방침도 현실적으로 자본유치에 크게 기여할 수준은 아니었다. 투자위축을 막으면서, 증가하고 있는 법인세수의 비중을 다른 세수와의 고려하여 비슷한 증가세로 낮추는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세계 흐름을 선도하기에 부족한 수준이었음에도 정치권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다.

◆ 정치권은 더 이상 경제원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이제 우리는 법인세 인상이 가져올 재앙을 생각해야 한다. 법인세 인상은 가뜩이나 부족한 청년 일자리 부족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정치권은 더 이상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를 외면하지 말고 청년층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소할 법인세 인하를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투자하기 좋은 국가, ‘아시아판 아일랜드’가 되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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