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9.05 00:10

7~8월 서울 아파트 최저 청약가점 평균 62.7…상반기보다 6.8점 상승
전문가 "무주택 2030세대, 신혼특공·생애최초특공·신혼희망타운 노려야"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토부 장관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토부 장관님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대통령께서는 집값을 분명히 잡아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것만 믿고 기다렸습니다. 지지하고, 믿고, 기다린 대가가 이건가요? 3년 사이 왜 2배나 올라버린 걸까요?”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국토부 장관님께 드리는 글’의 일부 내용이다. 본인을 ‘서울에서 살고 있는 30대 가장’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치솟는 부동산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넘어 분노에 이르러 글을 남겼다”며 이 같이 밝혔다.

청원인은 “신혼부부 특공을 넣을 수도 없고 일반청약도 안 되는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죄밖에 없는 나라에서 버려진 30대들이 영끌해서 집을 사고 있는 것”이라며 “현 청약제도의 문제점과 현재 집값의 현실을 직시해 올바른 대책과 제도개선을 이뤄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0대 ‘내 집 마련’과 관련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의 줄인 말)’로 매매하기보다는 조금 기다렸다가 분양을 받으라고 발언한 후 무주택 청년층들의 분노가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4일 기준 해당 청원 글은 1307명의 동의를 얻으며 공감을 사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25일 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다주택자와 법인 등이 내놓은 물건을 30대가 영끌해서 샀다는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한 데 이어 31일에는 “영끌해서 집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서울이나 신도시에서 향후 공급될 물량을 조금 기다렸다가 분양받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39세 긁어모아야 57점인데…서울 아파트 최저 청약가점 평균 62.7

김 장관의 발언은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패닉 바잉(공황구매)’ 현상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집값이 폭등해버린 상황에서 무리하게 집을 구매하기보단 향후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사는 것이 나을 것이란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의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1만6002건) 가운데 30대 거래량은 5345건을 기록했다. 20대는 562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초 연령대별 거래량이 집계된 이후 월별 기록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하다고 평가됐던 20대까지 패닉 바잉 행렬에 가세한 셈이다.

문제는 2030세대 청년층이 향후 공급되는 물량을 기다렸다가 청약을 넣더라도 당첨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부양가족이 많고 무주택기간도 길수록 유리한 방식인 가점제 위주의 서울 청약시장에서 이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구에 있는 한 주택가 전경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 강북구의 주택가 전경. (사진=남빛하늘 기자)

먼저 청약가점에 대해 살펴보자. 청약가점은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기간으로 구성되며 만점은 84점이다. 부양가족 수는 35점 만점으로 본인을 포함해 1인당 5점씩 점수를 받는다. 부양가족의 범위는 본인을 비롯해 자녀와 배우자의 직계존속까지다. 미혼이면서 부양가족이 0명인 경우 5점, 결혼할 경우엔 10점이 부여된다.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가 되는 시점부터 기간을 산정해 1년에 2점씩 점수를 받는다. 15년 이상 무주택자였을 경우 만점(32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30세 이전에 결혼했을 경우 혼인신고일로 등재된 날부터 점수가 산정된다. 마지막으로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만점)은 만 20세 이상이 되면서부터 점수가 주어진다.

하지만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최소 60점 이상이 필요한 실정이다. 부동산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2020년 7~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이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2.7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상반기(1~6월) 최저 청약가점 평균(55.9)보다 6.8점 높은 수치다.

62.7점은 서울에 사는 통상적인 30대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청약가점을 훨씬 웃도는 점수다. 이를테면 30대 중 최고령자인 39세 기혼 수요자가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만점(17점)을 받고, 배우자와 2명의 자녀 등 부양가족 3명이 있더라도 받을 수 있는 최고 청약가점은 57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서울 청약시장은 4년 여 만에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나오면서 더 과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9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 포레’는 110가구 모집에 3만7430명이 몰려 평균 340.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전 서울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는 2016년 10월 분양한 ‘아크로리버뷰(306.6대1)’였다.

청약시장 과열 현상에 대해 부동산 업계는 지난 7월 29일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원인으로 손꼽는다. 신규 분양 물량이 줄어들면 청약 가점이 높다고 하더라도 당첨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고가점 통장을 보유한 수요자들이 서둘러 청약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년층이 내 집 마련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무주택 청년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 정부가 점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추첨으로만 배정하는 물량을 늘리거나,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생애최초특별공급 등 특별공급을 노려보라고 조언했다. 영끌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영끌로 집을 사거나, 점수 상관없이 무조건 추첨으로만 배정하는 물량을 늘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인근 시세와 현격하게 차이나는 분양가 때문에 당첨 즉시 수억원의 확정수익을 얻는 것을 몰라서 안 하겠느냐”면서 “청약 당첨 가능성은 낮은데 몇 년 지나면 집값은 더 뛸 것 같으니까 애초에 점수 안 되는 수요자들은 영끌해서 집을 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착공 1~2년 전 미리 분양 일정에 들어가 입주자를 정하는 방식인 ‘사전청약’과 관련해서는 “지금 얘기 나오는 사전청약 분량이 약 3만가구”라며 “송파구 ‘헬리오시티’가 약 1만가구였으니까 헬리오시티 3개를 지으면 숫자상으로는 3만 가구가 되는데, 1만가구 아파트 3곳을 더 짓는다고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고 가격도 떨어진다는 게 상식적으로 통하느냐”고 비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2030세대는 신혼특공이나 생애최초특공 등 특별공급을 노려야 할 것”이라며 “다만 이 경우도 소득기준과 자격요건이 있어 이에 해당하지 않는 수요자들은 사실상 규제지역에서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영주택은 아니지만 신혼희망타운 등도 꾸준히 공급되고 있으니 이런 상품도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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