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9.04 19:10

코로나 재확산에도 소비쿠폰 집착하는 정부…"내년 국민 10명 중 4명 꼴 지급"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답변하고 있다.(사진=YTN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내수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됐던 정부의 '8대 소비 쿠폰' 정책이 결국 중단됐다. 이에 앞서 정부가 '코로나19 극복 방안'의 일환으로 제시한 소비 쿠폰 정책은 오히려 방역에 방해만 됐다는 비판을 호되게 받았다. 

문제는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13일까지 일주일 연장된 상황에서 기존에 뿌렸던 정부 쿠폰으로 오는 13일까지 4만 가구가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않아도 방역정책과 엇박자를 냈던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이 뒷수습에서도 재빨리 대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숙박 할인 쿠폰, 코로나19 재확산에 여행 부추기는 격"

정부는 지난 8월 14일부터 코로나19로 인한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총 6종의 할인쿠폰을 발급했다. 특히 숙박쿠폰의 경우 최대 4만원을 할인해주며 여행 독려에 적극 앞장섰다.

하지만 광복절 연휴 뒤 국내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발행 이틀 만에 쿠폰 발급을 중단했다. 문제는 숙박쿠폰이 이미 12만 장 이상이 사용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2단계가 됐을 때 숙박 (쿠폰)은 발급은 됐지만 9월 1일부터 집행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그것도 지금은 상황에 따라서 다시 연기하도록 이렇게 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현진 의원은 지난 2일 "숙박쿠폰은 이미 12만 장이 사용된 이런 상황에서도 문체부는 이미 예약된 건에 대하여는 9월에 사용시작이므로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며 대책 마련에 안일한 자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강화된 상황 속에 여행을 부추기는 격이 된 것이다.

문체부는 이러한 지적에 9월 1일부터 13일까지 예약분의 취소 요청 문자를 예약 대행업체 등에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외에 실제 사용을 줄일 다른 방안은 사실상 강구되지 않았다. 

이런 조치에도 이미 발급된 쿠폰 중에서 이번 달 1일부터 13일까지 쿠폰을 사용하기로 예약한 6만 3000여 건 가운데 취소된 물량은 3분의 1 수준, 2만 1000여 건에 불과했다. 최소 4만 2000명이 넘는 국민이 여행을 간다는 수치가 나온다. 

배 의원은 "최소 4만2000명의 국민이 2주간 전국으로 여행을 가기로 계획돼 있다"면서 "강화된 2.5단계 사회적거리두기 중인 9월 1, 2일 이틀간에만 약 1만 여명이 여행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 유행의 위기 속 문체부의 숙박쿠폰 강행에 계속해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정부 정책의 엇박자로 결국 국민을 감염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여행지에서 지역사회로의 감염, 직접 가시는 분들의 감염이 최소화되도록 적극적으로 국민을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그래프=배현진 의원실)

할인쿠폰 한번 더 부르짖는 정부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한 차례 취소했던 소비쿠폰 정책을 내년도 예산안에 대규모로 편성했다. 농수산물과 문화, 관광 등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위축된 분야 소비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인데, 지난달 중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으로 중단한 쿠폰 정책을 재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일 민간소비 활력을 창출하기 위해 농수산, 문화·스포츠, 외식·숙박 등 분야에서 쓸 수 있는 소비쿠폰을 국민 10명 중 4명 꼴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소비 활력 제고 예산 가운데 4906억원은 '4+4 바우처·쿠폰' 지원에 쓴다. 국민 2346만명을 대상으로 내수회복 효과가 큰 농수산·문화·관광분야에서 사용가능한 바우처와 할인쿠폰을 주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2조원대 소비 창출을 이끌겠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4+4 소비활력 정책이 올해 중단한 8대 분야 할인소비 쿠폰 정책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중 1400억원을 들여 숙박과 관광, 공연, 영화, 전시, 외식 등에 할인쿠폰을 지급하기로 했다.휴가철과 지난달 17일 임시공휴일에 맞춰 1조원대 소비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었지만 8월 중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쿠폰지급을 중단한 상태다. 

당시 야당은 정부가 쿠폰 사업을 추진하며 섣불리 소비 진작에 나섰다 코로나19 재확산을 불러왔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일기 예보보다 불확실한 것이 코로나19라고 하지만 정부는 (대응을) 이완하는 상황이었다"며 "14일 오전부터 신규 확진자가 100명이 넘어섰다. 방역당국은 2단계 격상 가능성을 내비쳤는데도 쿠폰 발급을 강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정부의 8대 쿠폰 정책으로 국민의 방역의식이 무너지고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가 됐다. 정책이 정치 논리에 휘둘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의원은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 7일 방역 조치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지만, 정부가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코로나19 확산세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소비 쿠폰이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올해의 경우 소비쿠폰 예산을 8월에 집행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돌입하면서 관광·공연·체육·외식 등의 쿠폰은 집행을 상당부분 연기했다"면서 "내년에도 실제 집행 시기는 코로나19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현금살포식 부양책 우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비진작용 예산안 편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나랏빚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내년 국가채무는 945조원까지 늘어난다. 올 연말 전망치인 839조4000억원보다 105조6000억원이나 많다

기재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말 전망치(43.5%)보다 3.2%포인트 상승한 46.7%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금 뿌리기식 경기 부양책이 내년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식의 부양책은 재정승수가 낮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이전지출의 GDP에 대한 재정승수(GDP 증가분/정부 지출 증가분)는 0.16 정도로 추산된다. 정부가 1조원을 풀어 국민 손에 쥐여줄 경우 1600억원 가량의 GDP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쿠폰 뿌리기와 같은 현금 살포식 경기 부양책은 이미 재정 승수가 낮은, 즉 정책 효과가 좋지 않은 정책임이 앞선 3차 추경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드러났다"며 "소비쿠폰으로 크게 성장률을 올리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어 "현재는 재정 편성이 효과적으로 사용되려면 자본을 인프라 투자나 인적자원 투자 등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