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9.13 14:05

네이버 "스마트폰만으로 원하는 곳 진행" vs 카카오 "전담팀 신설, 자체 스튜디오 운영"
국내 첫 라이브커머스 그립, 하루 200개 방송…유통업계, 자체 플랫폼 구축 활발

'네이버 쇼핑라이브'의 9월 둘째 주 조회수 상위 라이브들. (사진=네이버 쇼핑라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비대면 쇼핑 시장 '대세'로 떠오른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커머스 사업 성장을 핵심 목표로 삼았던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띄우고 있다.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가 사업 구조를 개편하며 판을 키우자 후발 주자 카카오도 전담팀을 설치하며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

라이브커머스는 라이브 스트리밍과 커머스(상거래)의 합성어다.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물건을 파는 방식을 말한다. 

라이브커머스는 인플루언서 '왕홍'의 등장과 함께 특히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둥베이 증권에 따르면 2019년 중국 라이브 커머스 시장의 규모는 4338억 위안(약 75조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제 라이브커머스 없이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국내를 비롯한 서구권에서도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며 가파른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언뜻 보면 홈쇼핑과 비슷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그보다 더 자유롭다. 주방조리실, 과수원, 편의점, 야외 매장처럼 판매 장소가 다양하고 방송 포맷도 그때그때 다르다.

소비자들은 상품이 자기 니즈에 맞는지 채팅으로 소통하며 궁금증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상품을 만든 이들이 직접 방송에 나올 때가 많아 전문성도 높은 편이다. 유튜버, 연예인이 함께 나오면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커져 단순 쇼핑뿐 아니라 재미까지 챙겨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흐름, 재미를 좇는 젊은 세대 쇼핑 트렌드와 적합하다.

이에 기업과 개인을 가리지 않고 국내 판매자들은 라이브를 송출할 공간을 찾았다. 상품에 큰 관심이 없는 이용자들의 눈길까지 끌 수 있으면서 물건 결제와 간편하게 이어질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했다.

때마침 커머스 사업 확장을 모색하던 네이버·카카오와 이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네이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라이브"

네이버는 지난 8월 27일 자회사 스노우로부터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잼라이브'를 인수했다. 

이미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는 라이브 쇼핑 플랫폼 '쇼핑라이브'와 잼라이브의 콘텐츠를 통합하기 위해서다. 라이브 퀴즈쇼로 이름을 알린 잼라이브는 최근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변화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네이버 측은 이번 인수로 네이버 쇼핑라이브의 툴에 잼라이브가 가진 다수의 라이브 콘텐츠 제작 경험을 합칠 계획이다.

'네이버 쇼핑라이브' 앱. (사진제공=네이버)

네이버는 올해 3월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6월 진행한 '달바' 뷰티 상품 라이브는 5만명에 가까운 동시 접속을 기록했다. 어린이 영어 전집 라이브는 3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9월 둘째 주 주간 시청수 1위인 매일두유와 썬업의 라이브 조회 수는 약 5만 회다.

6월 기준 네이버 라이브커머스 기능을 이용한 판매자 수와 라이브 방송 수는 첫 달인 3월 대비 각각 690%, 790% 증가했다.

네이버가 내세우는 강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라이브"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의 라이브 쇼핑은 별도 스튜디오나 전문적인 대형 장비 없이도 스마트폰 하나로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쉽게 진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라고 소개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실시간 콘텐츠나 인기 영상을 한 번에 모아 소개한다. 또 라이브챌린지, 인플루언서, 해외직구 등 카테고리별 라이브 콘텐츠 메뉴를 제공한다. 라이브 일정을 미리 체크할 수 있는 '라이브 캘린더', 라이브 알림 신청 및 소식 모아보기 등도 가능하다.

송재훈 네이버 쇼핑라이브 리더는 "라이브커머스가 언택트 환경에서 중소판매자(SME)에게 새로운 온라인 판로가 됐다"며 "앞으로도 많은 SME가 디지털 쇼핑 환경에 쉽게 진입하고 쇼핑라이브를 통해 온라인 이용자와 연결되는 경험을 하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라고 말했다.

◆카카오 "라이브커머스 전담팀, 자체 스튜디오 운영"

카카오는 후발주자다. 지난 5월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시작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힘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카카오쇼핑라이브 톡채널의 친구 수는 100만명에 달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25개 라이브의 누적 시청 횟수는 500만회를 넘겼다. 단일 라이브 시청 횟수만 따지면 네이버 쇼핑라이브보다 높다.

7월 반스 애너하임 콜렉션 선공개 라이브의 경우 시청자 수 38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캐빈하우스 텐트 방송은 4억원 어치 이상 판매했다.

'카카오 쇼핑라이브' 내 라이브 영상. (사진제공=카카오)

이에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는 회사 내 전담팀을 신설했다.

여기에 콘텐츠 기획부터 연출, 라이브까지 상품 MD, 전문가,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참여한다. 이들은 효과적인 사용법과 제품 정보들을 제공한다.

카카오 측은 카카오쇼핑라이브의 강점으로 ▲꾸준한 상품 종류 확대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 ▲차별화된 콘텐츠를 손꼽았다.

카카오는 패션 상품으로 첫 라이브를 시작한 뒤 육아용품, 건강식품 등 상품 종류를 늘리고 있다. 이달부터는 상품 종류를 더 다양화하고 방송 횟수도 확대할 계획이다.

자체 스튜디오도 운영한다. 카카오커머스의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쇼핑하기, 카카오메이커스 등과 연계한 서비스도 나올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쇼핑라이브의 성장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분야 전문가 집단을 확대해 쇼핑의 편의성과 만족도를 높이는 한편 중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행사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도 있다" 그립과 유통업계 자체 플랫폼

네이버와 카카오 외에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구축에 도전하는 이들은 더 있다.

라이브커머스 앱 '그립'을 운영하는 그립컴퍼니는 지난 8월 24일 80억 규모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그립컴퍼니가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액은 누적 120억원에 달한다. 국내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중 가장 큰 규모다. 

그립은 국내 첫 라이브커머스 앱이다. 그립에 입점한 업체 수는 4000여곳 이상으로 8월 기준 하루 200개 가량의 방송이 이뤄진다. 올해 7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2배 증가했다.

커다란 플랫폼을 등에 업은 네이버나 카카오 서비스에 비해 영상별 조회수는 다소 낮지만 활성화된 방송이 많은 편이다.

김한나 그립컴퍼니 대표는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퍼지며 라이브 영상 쇼핑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빠른 시장 성장에 대응하는 그립의 대응력을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며 "투자 유치 자금을 바탕으로 더 많은 이용자들이 그립을 사용하도록 알리는 데 힘쓰겠다.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전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 (사진제공=그립컴퍼니)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 (사진제공=그립컴퍼니)

규모가 큰 유통 기업들은 아예 자사 물건을 라이브커머스로 판매할 자체 플랫폼 구축에도 도전한다.

롯데온은 지난달 22일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온 라이브'를 론칭했다. 온 라이브에서는 우선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롭스 등에 입점한 판매자의 상품을 판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판매자와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티몬은 자체 라이브커머스 '티비온'에서 예능 형식 프로그램 '쑈트리트 파이터'를 진행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 8월 25일부터 매주 화요일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고정적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본격적 개화와 유례없는 환경 변화가 맞물려 플랫폼들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며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의 진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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