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9.12 12:35

열차 승차권 예매, 전 좌석 23.5% 팔리는데 그쳐…"자식 내려오지 않아 시장 안 갈 것"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올해 우리 경제의 역성장이 현실화된 가운데 3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특수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률을 –1.1%로 제시했다. 코로나 재확산을 반영해 지난 5월보다 1.3%포인트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올해 성장률을 –1.3%로 전망한데 이어 KDI도 1%대 역성장을 예상했다. 결국 연말까지 코로나가 이어지는 '워스트 시나리오' 흐름에 가까워졌다. 우리 경제가 역성장한 것은 1980년(–1.6%), 1998년(–5.1%) 두 차례 있었다. 외환위기 시절 수준까지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22년 만에 최악의 성장이 눈앞에 다가왔다.

정부도 플러스 성장은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지난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순성장은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며 “하반기 방역을 진정시키고 수출도 회복해 역성장 폭을 최소화 하면서 일자리를 지키는 게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 역성장은 사실상 확정됐다. 이제는 마이너스 폭을 어떻게 좁힐 지가 관건이다. 예전 같으면 추석을 앞두고 내수 진작 효과를 크게 기대했겠지만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감소 추세지만 꾸준히 세 자리를 넘고 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인 가운데 정부는 주말에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피해가 가중되면서 정부는 7조8000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다. 영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는 PC방과 노래방 등에 200만원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당장 발등의 불을 일부나마 끄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코로나 종식 밖에 없다. 이에 추석 대목이 찾아왔지만 전통시장 상인 등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 9월호를 통해 “최근 코로나 국내감염이 다시 확산되면서 민간소비 회복이 제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고용상황 및 자영업자 업황 개선이 지연되고 있어 가계소득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소비심리도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어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감염 우려로 고향 가기를 포기한 국민들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코레일이 추석 승차권 예매를 실시한 결과 전체 좌석의 23.5%인 47만석이 판매되는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85만석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 종로구에 살고 있는 조씨(38세)는 “매년 예매 전쟁을 치렀는데 올해는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며 “추석이 지나고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고향에 내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고향 방문도 포기하면서 지역경제도 예년과 같은 활기를 찾기는 어려울 전망된다. 경북 영천에 사는 김씨(61세)는 “자식들이 내려오지 않아 추석 준비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올해는 시장을 안가도 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향 방문 자제를 호소하면서도 김영란법에 따른 농수산물 및 농수산 가공품 선물가액 상한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고 온누리상품권 구매한도를 50만~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 추석 내수 진작에 열을 쏟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향 방문하는 대신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선물 보내기 운동’을 제안했다. 

다만 지속된 코로나 상황으로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진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직장인들이 올해 추석에 예상하는 경비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855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 예상 경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3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추석 동일조사 결과(평균 38만원) 대비 3만원(–7.9%)로 감소한 수준이다. 기혼 직장인의 추석 예상경비는 평균 45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3만7000원(–7.6%) 줄었고 미혼직장인 예상경비는 평균 27만8000원으로 4000원(–1.4%) 감소했다.

특히 직장인들은 ‘추석 부모님 용돈’으로 평균 27만5000원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는 전체 추석예상경비(35만원)의 78.6%에 달하는 수준이다. 거의 대부분이 용돈인 셈이다.

또 직장인 30.8%는 ‘여행이나 외출을 삼가고 최대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집콕)’이라 답했다. 28.8%는 ‘부모님 댁만 다녀올 것’이라고 응답했다. 추석연휴 동안 ‘인적이 없는 곳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올 것’이라는 응답자는 5.1%로 10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코로나 감염 우려로 이동을 자제하고 소비를 줄일 계획을 세우면서 올해 추석 대목은 옛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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