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9.11 23:10

삼성전자, 명품 입힌 스마트폰 수요 확대 예상 '적중'…놀이문화 인식 속 해외여행 금지 따른 '보복소비' 확산

(사진제공=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 패키지.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갤럭시Z 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의 한정 판매에 무려 23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지난 7~8일 삼성전자 홈페이지에서 선착순 구매가 아닌 온라인 추첨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응모 대기열이 5000명까지 형성되며 접속 장애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첨자는 9일 오전 발표됐다.

명품 브랜드 톰브라운과 협업한 이 에디션은 전 세계 5000대로 수량이 한정돼 있으며, 가격은 396만원이다. 톰브라운 시그니처 디자인을 적용한 '갤럭시 워치3'와 '갤럭시 버즈 라이브'가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갤럭시Z 폴드2'의 가격이 239만8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150만원 정도 더 비싼 셈이다.

이처럼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복권처럼 당첨돼야 한정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트렌드가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확산하면서 삼성전자의 마케팅 전략이 톡톡한 효과를 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서 4분 만에 '매진'…"실제 원단 질감의 톰브라운 패턴 입혀 디자인 완벽 구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 유명브랜드 시장은 오히려 활황을 이루고 있다. 휴가철에도 해외여행을 갈 수 없게 되자 모아뒀던 자금을 명품 구매에 쓰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해소하려는 '보복 소비'가 늘고 있다. 

명품을 입힌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도 커질 것을 예상한 삼성전자의 전략이 정확히 먹혀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선착순 구매로 진행됐는데, 시작 4분 만에 모든 판매 채널에서 톰브라운 에디션이 매진됐다. 단시간 매진 현상은 중국 고소득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부를 타인에게 드러낼 수 있는 초고가 폴더블폰 수요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갤럭시Z 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 (사진제공=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 (사진제공=삼성전자)

톰브라운 에디션의 외관 디자인은 그레이 색상에 멀티컬러 스트라이프 패턴을 실제 원단과 같은 질감으로 후면 글래스에 구현했다. 톰브라운 특유의 디자인이 보다 완벽하게 보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외관 디자인뿐 아니라 톰브라운 시그니처 패턴을 잠금화면까지 이어지게 하고 배경화면에도 적용했다. 또 요일별로 바뀌는 톰브라운의 아트 스케치 잠금화면과 톰브라운의 세계관을 디지털화한 전용 포토필터도 새롭게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톰브라운 외에 다양한 명품업체들과의 협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물망에 오른 브랜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톰브라운 외에 새로운 명품과의 콜라보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소비자들과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김홍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전략그룹장 상무는 톰브라운과의 협업에 대해 "서로 다른 분야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진 두 브랜드의 협업은 모두에게 큰 도전이었다"며 "하지만 정체성이 분명한 모바일 디자인과 패션 디자인이 만났을 때 새롭고 대담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클래식함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헤리티지를 이으면서도 새로움에 도전하는 톰브라운과 기술의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발굴하고 미래를 제시하는 삼성. 두 브랜드가 만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중고시장서 100만원 웃돈 거래도 성사…"리셀은 신종 재테크이자 놀이문화"

400만원에 달하는 톰브라운 에디션은 중고시장에서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한정판이나 가치가 높은 제품을 재판매 목적으로 구매하는 '리셀(재판매) 문화'가 흥행에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고거래 앱 '중고나라'에는 톰브라운 에디션에 당첨됐다는 문자 인증과 함께 500만원 안팎에 거래를 원한다는 게시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정가보다 100만원 가량의 웃돈이 얹어져서 팔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을 돈을 더 받고 되파는 리셀은 MZ세대 사이에 신종 재테크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에 출생한 이들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에디션의 구매를 위해 일부 소비자는 가족, 친구의 아이디를 총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화된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서는 통상 50개 이상의 아이디로 추첨에 응모하는 경우가 흔하다.

(사진=디올 페이스북 캡처)
에어 조던 1 OG 디올 리미티드 에디션. (사진=디올 페이스북 캡처)

앞서 나이키와 디올은 협업을 통해 한정판 스니커즈(신발)인 일명 '에어 디올'을 출시한 바 있다. 하이와 로우 두 가지 종류로 선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각각 8500족, 4700족 발매됐고 각각 300만원, 270만원이었다. 발매 직후 리셀 플랫폼에서는 최고 1500만원에 거래됐다. 신발 가격이 경차 한 대 값까지 치솟은 것이다.

당첨만 되면 손해를 보는 것 없이 큰돈을 안겨주기에 래플(추첨)은 젊은 층에서는 '미니 로또'라고 소문이 나며 더욱 성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코웬앤드컴퍼니 투자은행에 따르면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지난해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됐으며 2025년까지 약 60억달러(약 7조1000억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톰브라운 에디션에 응모한 한 20대 대학생은 "한정판 제품에 응모하는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당첨이 됐을 경우를 상상하면서 직접 사용할지 되팔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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