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배 기자
  • 입력 2020.09.14 11:11

성영민 국방안보포럼 고문

성명민 국방안보포럼 고문
성명민 국방안보포럼 고문

최근 신원식(예비역 3성장군) 국민의힘당 의원과 군복무시절 서모(27)씨의 상관이었던 이철원 전 대령이 각각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에 대해 병역청탁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원식 의원은 지난 9월 2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이 병역 시절 병가 및 연가 사용과 관련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병역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11일에는 2017년 6월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단장으로 서모씨 상관이었던 이철원 전 대령이 실명으로 서모씨의 자대 배치 및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에 청탁 의혹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국방부는 1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의 2017년 병가 관련 의혹 부분에 대해 규정상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병역청탁 의혹은 ‘의혹’ 자체만으로도 뉴스랭킹 상위권을 장식할 정도로 병역문제에 대한 사회적 파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병역은 국민의 4대의무 중 하나인 국방의 의무로서 대한민국 남성이면 반드시 일정기간 군 및 군 관련 기관에 복무해야 하는 국가에 대한 군사적 의무이다. 병역기간은 과거 3년으로부터 점차 2년여로 축소되어 왔지만 20대 전후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에 일정기간의 군복무는 젊은이로 하여금 개인발전을 일시 차단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내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보다 좋은 보직에서 편안하게 병역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지속적으로 병역청탁이라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왔고 일부는 청탁의 크기나 진위에 관계없이 청탁의혹 자체만으로도 상당 기간 사회문제화 되거나 정치 쟁점화로 발전돼 피해를 입기도 했다.

대한민국 모든 남성들이 병역을 필 하여야 했기 때문에 성인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남성이 병역 형평성에 대해 대단히 민감하다. 현재 병역 중에 있는 가정과 연관 고리를 고려한다면 국민 대부분이 병역에 대한 관심도가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사소한 병역청탁 의혹이라도 회자화 되면 국민들은 “나는 못했는데”라는 자조 섞인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무전유죄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거나 때로는 사회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병역특혜 의혹을 제기한 신 의원은 군에서 군사전략 및 정책으로 식견이 높았던 고위장성 출신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부분은 의정활동 첫 번째 의제로 병역관련 특혜의혹 공개라는 전문성과 동떨어진 주제로 국민들 앞에 섰다는 점이다.

아울러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한 이 대령과 신 의원은 2011년 3사단의 사단장과 참모장 사이로 직속상관이라는 특수관계였던 것이 밝혀지며 모종의 담합이라는 독자의 의구심을 배제할 수가 없게 됐다.

이철원 대령은 참모장과 사단장이라는 특수관계였던 신 의원과는 9년 동안 연락 자체가 없어 담합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옛말에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때와 장소를 가려 행동하라는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 고쳐매지 마라(李下 不整冠)” 라는 경구를 새겨야 할 것이다.

'사나운 개 때문에 화를 입었다'는 BC3세기 법가의 창시자인 한비자가 즐겨 사용했던 맹구지환(猛狗之患)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 송나라에 술을 만들어 파는 주점이 있었다. 그 주점은 술맛이 좋아 손님들이 많았는데 무슨 일인지 손님이 점점 줄더니 나중에는 손님이 끊기게 되었다. 알고 보니 돈을 많이 벌어 재산을 지키기 위해 사나운 개(맹구)를 길렀는데 이 개가 문 앞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술맛이 좋아도 손님이 그 집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비자는 이 예를 들어 조직에도 맹구가 있다고 하면서 조직의 맹구지환은 크게는 개혁에 대한 기득권 층의 반발을 의미하고 작게는 조직을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 전면에 배치한 사나운 개를 ‘맹구’라고 했다.

의정활동에서 맹구 자체는 그 추진력이나 국민에게 홍보효과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의정활동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회의원 존립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위임받은 전문성의 추구이다.

신 의원은 국방분야의 전문성에 관한 한 선후배뿐만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신망이 두터운 분이다.

신 의원은 현재 산적해 있는 국방현안문제 해결방안과 향후 미래지향적인 국방분야의 아젠다를 가지고 국방을 이끌어 가야 한다. 나아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전면에 선 맹구가 아니라 국방분야에 믿음직한 맹구가 되기를 바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씨의 병영청탁 의혹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정치적으로 쟁정화 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이 문제 제기가 과거 병역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폭로사건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 하는 후배들의 거친 반응을 보면서 군복무시절 선후배로부터 신망이 두터웠던 고위장성 출신 신원식 의원에 대한 애증을 느끼며 ‘맹구지환’이라는 고사성어를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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