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9.14 18:24

[전문] '내로남불' 청원, '시무 7조'처럼 국민청원 게시판서 확인 안 돼…청와대 삭제 기준 해당되는지 '의문'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초대 질병관리청장 임명장을 수여한 가운데 '방역 당국은 거리두기를 안하나'라고 비판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시됐다.

지난 13일 한 청원인은 '(내로남불) 소상공인은 위험하다고 영업정지해서 다 죽어가는데...중대본 중수본 방문한 대통령님!!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밀접해서 모여도 되나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게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긴급대응센터를 찾아 정은경 초대 질병관리청장 내정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대통령이 직접 차관급 인사 임명장을 수여한 점, 청와대가 아닌 현장을 직접 찾아가 임명식을 진행한 점, 정 청장이 허리를 많이 굽혀 인사한 점 등이 화제가 됐다.

다만 문제가 된 것은 임명식 당시 최소 수십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밀집해 있었다는 점이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긴 했지만 방역에 최전선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질병관리청 직원들이 최소 2m라는 거리두기 수칙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청원인 역시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방역 심각이라는 빨간불이 켜진 곳에서 모두가 거리유지도 없이 몰려서서 격려하는 장면을 어떻게 봐야하나?"라며 "소상공인 중 하나인 PC까페는 칸막이도 있는데 띄어앉기 하라고 중대본·중수본의 명령을 실천하고 있는 중에 코로나로 손님도 없는 상황에서 다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그는 "모두가 몰려서 구경하는 가운데 대통령님과 중대본·중수본 님들은 칸막이 쳐진 곳에서 띄어앉기 거리유지도 없이 사람도 많은 곳에서 별도의 환기시설이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저렇게 회의를 하는 모습의 사진 장면을 어떻게 봐야 하나?"고 규탄했다.

청원인은 이에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에서 고위험도 기준을 측정한 지표를 가지고 측정한 고위험군들도 정밀 조사하면 중위험군에 해당되는 업소도 많다"며 "특히 PC카페, 코인노래방 등 사회적 소수이고 약자인 자영업자들이다. 사회적 약자 기업이기에 경제적 파급력이 약해서 희생당한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사과를 표하기도 했다. 정 청장은 "임명장 수여 관련해서는 발열 체크나 증상 체크, 명부 작성과 같은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진행했다"며 "당시 임명장을 수여했던 장소가 저희 긴급상황실 공간이다 보니 그 공간에서 같이 근무 중이던 직원들이 일시적으로 같이 참여했던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자영업자들께서 그런 장면을 보고 고통과 괴리감을 느끼셨다는 것에 대해서는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좀 더 자중하고 방역수칙 준수나 이런 부분들이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그렇게 노력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 대통령의 질병관리청장 임명식과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8월 12일 작성됐던 이른바 '시무 7조 상소문' 국민청원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삭제 규정.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삭제 규정.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당시 일각에서 "청와대 측에서 청원글을 일부러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청와대는 "정상 절차에 따라 글의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해명하며 해당 글을 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청와대 측은 중복 게시, 욕설 및 비속어, 폭력적·선정적 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 개인정보·허위사실·타인의 명예 훼손 등의 내용이 담긴 청원은 삭제·숨김 처리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이번 청원에 대해서도 해당 규정을 '끼워맞추기' 식으로 적용해 숨김 처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은 해당 청원글의 전문이다. 청와대가 명시한 삭제·숨김 처리 규정에 해당하는 특기할 만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거리두기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전문]

뉴스를 보면서..
질본의 청으로의 승격을 임명하기 위해

중수본 중대본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해
 
대통령님이 내려간거 소상공인들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방역 심각이라는 빨간불이 켜진 곳에서
모두가 거리유지도 없이 몰려서서  
격려하는 장면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소상공인중 하나인 PC까페는  
칸막이도 있는데,  
띠어앉기 하라고  
중대본 중수본의 명령을  
실천하고 있는 중에
코로나로 손님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영업정지 당해서  
다 죽어가는데
 
모두가 몰려서 구경하는 가운데,
대통령님과 중대본 중수부 님들은
칸막이 쳐진 곳에서 띠어앉기 거리유지도 없이
사람도 많은곳에서 별도의 환기시설이 있는지 의심스럽지만
저렇게 회의를 하는 모습의  
사진장면을 어떻게 봐야할까요?
 
모든 공연문화는  
영업정지중이라 죽어가는데
대통령님의 방문을 환호하기위해  
중수본 중대본 공무원들이 빼꼭히 서서  
사진촬영을 하는 장면은
 
다 죽어가는 소상공인은 어떠한 심정으로 바라봐야 합니까?
 
중대본 중수본 직원분들이  
매일아침 출근전에 입구에서 코로나 검사를 해서
바로 음성확인하고  
근무지로 들어가는 것도 아닐테고
그들도 퇴근하면  
어디서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  
위험성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저렇게 몰려서 환호하고 사진을 찍습니까?
 
이것이 '내로남불'인지 묻고 싶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고위험도 기준을 측정한 지표를 가지고
측정한 고위험군들도
정밀 조사하면 중위험군에 해당되는 업소도 많습니다.
특히 PC까페, 코인노래방 등 사회적 소수이고 약자인 자영업자들에서 말이죠...
물론 그중 중위험군 기준을 못미치는 소수의 매장도 있지만요
사회적 약자기업이기에 경제적 파급력이 약해서 희생당한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상공인은 지금 피말라 죽어가고 있습니다.  
온가족이 코로나 걸려도 좋으니
경제파탄으로 가정파탄이 안 일어나길 희망합니다.
자살자도 하루하루 계속 늘어갑니다.
 
중대본 중수본 공무원님들
본인들의 업무는 코로나방역이지만
그거 열심히 잘하면 칭찬받겠지만
 
전세계 기준으로 엄청나게 잘 대처해서  
K방역으로 칭찬도 받았지만
 
어느정도 선을 넘어  
당신들의 방역의 수준이 도를 지나치면
 
반대편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경제파탄, 가정파탄, 자살로  

인생을 끝내게 됩니다.
 
제발 과도한 소상공인의 영업정지를  
실체파악을 제대로 해서  
다시 조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확진자가 정말 어디서 그동안 많이 나왔는지
잘 체크하여서
 
벌레하나 잡자고 초가산간을 다 태우시지 마시고
K방역의 촘촘하고 뛰어난 기술로
제대로된 방역을 다시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대통령님을 처음부터 지지해왔습니다.
반드시 들어주실걸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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